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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을 팔며 살고 있나요-[북리뷰] 날아라 잡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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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491회 작성일 09-09-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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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든 귀든 감각이 닫히면 답답하고 불편할 거라고만 생각했다. 지하철 수레를 끌고부터 사람들이 자의로 감각을 닫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감각을 닫는 순간 그 사람에게는 차갑고 단단한 보호막이 쳐졌다. 그런데, 이 여자애가 닫아 버린 후각에는 그런 냉랭함이 없었다.”

자신만의 웃음으로 관객을 웃게할 수 있다는 굳은 의지를 가졌지만 결국 방송, 연극판을 전전하다 백수생활로 접어든 철이는 지하철 잡상인계의 전설 미스터 리를 ‘싸부’삼아 지하철에서 칫솔을 팔던 어느날 같은 칸에서 ‘수치심’을 팔러 다닌다는 수지를 만난다.

아이를 임신한 채로 매일 지하철로 나서는 청각장애인 수지. 철이는 수지에게서 풍기는 따뜻함에 끌려 주변을 멤돌다 자신의 바람잡이로 고용(?)하고 본격적으로 지하철 판매에 열을 올린다.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한 때 잘나가던 미모의 ‘조지아 여사’의 손에 자란 철이, 청각장애인 으로 떠난 남자의 아이를 가진 수지와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중복장애를 가진 수지의 남동생 효철까지 이 소설에는 사연많은 인물이 총출동하지만 우울하지만은 않으며 또 심금을 울리는 절절한 이야기도 없다.

장애인소식을 보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는 책이 절반이 지나가도록 장애인들의 ‘심금을 울리는’장면을 계속 찾았던 것 같다. 작가는 각자의 사정 혹은 장애를 가지고 하루를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을 담담히 그려내고 위트있는 문장으로 이어갈 뿐이다.

철이가 ‘눈으로 듣고’ ‘손으로 말하는’ 수지와 소통하고 싶어 수화를 배우고 효철이와 엽기발랄 약혼녀 지효를 보면서 점자도 배우며 조금씩 이들 가족 속으로 스며든다.

지효와 효철이가 서로의 어깨나 팔을 두드리며 ‘두드림 말’ 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대화하거나 수지가 철이를 콘서트에 데려가 웅크린 채 온몸으로 음악을 듣는 장면에서는 소통의 많은 부분을 말을 이용하는 비장애인들로써는 상상력을 다소 발휘해야 한다.

말미에서 수지를 이해하고자 ‘수치심’을 팔러 지하철에 선 철이는 “사람일이란 게 그렇잖아요 언제 어떤일을 당할지 몰라요. 그럴 때 유용하게 쓰시라고 건전한 수치심을 1000원 한 장에, 론칭기념으로 동정심을 사은품으로 드립니다”고 외친다.

“웃음은 다른 사람을 깍아내리거나 우스꽝스럽게 만드는데서 오지 않는다. 웃음은 이해에서 온다. 타인에 삶에 대한 이해, 삶이 감추어놓은 사소한 비밀들에 대한 이해가 웃음을 가능하게 한다”는 이 작품의 심사평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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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민 기자 (wildafrica@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