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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구조제도 확대 실시…단돈 1000원에도 소송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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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612회 작성일 09-09-2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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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뇌성마비 3급 판정을 받은 A씨는 얼마 전 사기를 당했다. 문제의 발단은 조선족 아내와의 말다툼. 그는 홧김에 아내를 구타했다. A씨의 결혼을 중매해준 B씨는 이 사실을 알고 “중국 법원이 A씨에게 폭행죄로 벌금 5000만원을 부과했다”며 “즉시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중국 공안이 끌고 간다”고 위협했다. 평생을 시골에서 자란 A씨는 이 말을 믿고 전 재산 3200만원을 B씨에게 건넸다.

B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나머지 1800만원을 받아내기 위해 A씨를 속여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하게 하고, A씨 소유의 울주군 땅 2필지를 강제로 경매에 부쳤다. 뒤늦게 속았다는 사실을 안 A씨는 사기와 공갈 혐의로 B씨를 고소했고, 울산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미 전 재산을 사기 당했기 때문에 A씨가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돈은 수중에 남지 않은 상황. 하지만 A씨는 소송구조제도를 통해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에 기한강제집행 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여기서 A씨가 이용한 소송구조제도는 소송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법원이 재판에 필요한 비용을 면제하거나 비용 납부를 연기하는 제도다. 소송구조제도에서 법원이 제공하는 비용은 인지대, 변호사 보수, 증인여비, 감정료 등이다.

민사소송, 행정소송, 가사소송은 물론이고 독촉 사건, 가압류·가처분신청 사건에서도 소송구조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형사소송을 제외한 일반인들의 생활과 관련이 있는 거의 모든 소송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신청만 하면 변호사비 ‘공짜’

특히 ‘소송구조 지정 변호사제도’는 개인회생, 파산신청 사건에서 소송을 대신할 변호사를 법원이 지정해주는 제도다. 소송구조 대상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장애인, 60세 이상 고령자, 한부모가정(잠깐용어 참조)이다.

올해 8월 1일부터는 변호사 비용뿐 아니라 송달료도 법원이 제공한다. 채권자 12명 안팎 기준으로 개인회생 사건의 송달료는 13만원 수준이며, 개인파산 및 면책 사건은 26만원 정도.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비용이다. 따라서 소송구조 대상에 해당하는 채무자는 개인파산과 면책의 경우 1000원, 개인회생의 경우 3만원의 인지액만 부담하면 재판을 받을 수 있다.

소송구조제도는 넓은 의미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사회보장제도다. 따라서 △신청인의 무자력(잠깐용어 참조)과 △승소 가능성의 두 가지 요건만 만족하면 누구나 비용을 보전받는다.

민사소송법상 판사가 직권으로 소송구조를 실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소송 상대방에게 판사가 일방을 편드는 것 같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또한 소송구조가 적합한 상황인지 법원이 모든 정황을 살펴보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함윤식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민사심의관 판사는 “소송구조제도는 경제적인 사정으로 사법 서비스를 향유하지 못하는 서민을 위한 제도이지만 신청이 적어 활용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사자가 미리 이런 제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먼저 소송구조를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잠깐용어1 한부모가정

만 18세 미만 미성년 자녀를 둔 가정 중 부모의 한쪽 또는 양쪽이 사망·이혼 등의 사유로 부모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정.

잠깐용어2 무자력자

경제적으로 빈곤해 자신과 가족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을 해치지 않고서는 소송 비용을 지출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사람.

[문희철 기자 reporter@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24호(09.09.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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