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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가족의 고통,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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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403회 작성일 09-09-2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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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장애인가족이 있다. 아이가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안 이후로 맞벌이를 하던 엄마는 직장을 관둘 수밖에 없었다. 부부 중 누군가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도 다니고 조기교육실도 다니고 좋다고 소문난 재활치료도 받으러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덩달아 아빠는 직장에서 하루하루 눈치를 보며 생활하게 됐다. 아이가 갑자기 병원에 가야 하거나 엄마가 잠시 외출이라도 하려면 일찍 퇴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녁때 동료들과 술자리를 같이 한지도 오래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승진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아이의 치료나 교육은 아무래도 큰 도심지에 서비스기관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보니 남들은 다 하는 지방 전근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 가족의 경제엔 빨간불이 들어왔다. 엄마가 직장을 관두면서 수입의 절반 정도가 줄었고 아빠도 직장생활에 몰두하기 어려움으로 이후 늘어날 수 있는 수입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될 수밖에 없다. 또한 장애아동의 치료?교육에 매달 평균 50만원 가까이를 지출하고 있고 치료실이 주변에 별로 없어 부득이하게 승용차를 구입해 아이를 태우고 다니면서 또 지출이 늘었다. 수입은 줄어들고 지출만 늘어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매일 세상과 전쟁을 치르듯 살아가고 있다.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몇 군데 돌아다녀보니 원장선생님이 ‘우리 어린이집은 장애아동을 받을 만한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라는 답변만 계속 듣는다. 집에 들어왔더니 빨래는 산더미같이 쌓여 있고 집안은 엉망진창이 되어 있다. 저녁때까지 청소를 하다보니 아빠가 술 한 잔 하고 늦게 퇴근했다. 집안 꼴이 이게 뭐냐며 엄마한테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러다 매번 그렇듯 장애아이 문제로 싸움은 확대된다.

이 가족에는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동수’라는 비장애 형이 있다. 엄마는 하루 종일 장애아이만 데리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동수는 방치되고 있다. 동수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왜 엄마는 나한테 신경 쓰지 않는 걸까. 엄마는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걸까. 동생하고 비슷한 왕따 아이가 우리 학교에도 있는데. 동생 때문에 덩달아 나도 친구들한테 놀림당하지 않을까 등등. 고민은 매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반복된다.

이 가족은 심리적인 문제도 심각한 상태다. 부부간 형제간 각자가 삶의 현장에서 형성되는 스트레스로 인해 지칠 대로 지친 상태가 된 것이다. 이 가족이 이렇게 힘든데도 주변사람들은 뭐가 문제인지도 잘 알지 못한다.

위 사례는 부모연대가 최근 상담 받은 가족의 상황으로, 상담사례로 치자면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사례이다. 위 모습이 한국사회 장애인가족의 전형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경우도 태반이다. 그나마 위 가족의 사례는 비장애인 부모가 생존해 있고 장애아동이 한 명에 불과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장애를 가진 경우, 아니 보호자조차 없는 경우, 장애형제 자매가 2명?3명인 경우 등 위기상황에 몰려있는 장애인가족 또한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이런 장애인가족이 어디에 문제를 호소할 곳도 찾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될 경우, 극단적으로는 가족의 해체 상황이 예상될 수도 있다. 또한 불안정한 환경에서 각종 상처를 받으며 자라고 있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의 미래 또한 매우 우려되는 상황인 것이다.

장애인가족의 문제가 이제 조금씩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가족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운영하고 있는 제도가 저소득층으로만 제한되어 있는 재활치료서비스와 전국 100가구 정도만 지원하고 있는 양육지원서비스에 불과하다. 부모들은 다른 건 다 몰라도 재활치료서비스라도 보편적인 권리로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가족의 고통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가. 정부와 사회는 장애인가족의 고통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이제 정부와 장애인가족들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장애인가족의 고통과 미래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장애인생활신문 (handicapi@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