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복지뉴스

장애인이 만드는 인천세계도시축전 '에이블아트 전시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회 1,387회 작성일 09-09-18 09:08

본문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 행사 중 유일한 장애인 전시행사인 ‘에이블아트’가 지난 9월 7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열흘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전시실에서 전시된다. 시각장애인의 잠재된 능력을 계발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3월 26일부터 7월 30일까지 4개월에 걸친 준비기간을 통해 마련된 ‘에이블아트’ 전시관을 소개한다. <장애인생활신문 박지연 기자 / 에이블뉴스 제휴사>


티칭아티스트의 섬세한 지도

에이블아트 프로젝트 ‘인천을 더듬다’는 인천세계도시축전 사업의 일환으로 33명의 인천혜광학교 학생들과 13명의 티칭아티스트들이 함께 만들어낸 작품이다.

준비기간인 4개월의 시간동안 사진, 퀼트, 드로잉, 점토 등 티칭아티스트들이 각 부문을 지도했다. 티칭아티스트들은 보이지 않는 학생들의 특성상 자세한 설명을 통해 학생들을 지도했고 아이들은 자신만이 느끼는 감정을 작품을 통해 나타냈다. 한 명의 티칭아티스트들이 2~3명의 학생을 맡아 지도했다.

오감으로 느낀 인천 표현해

에이블아트는 ‘인천을 더듬다’, ‘드로잉을 더듬다’, ‘더듬어보다’의 세 가지로 나뉘어 구성됐다. ‘인천을 더듬다’는 ‘인천혜광학교’, ‘도시이야기, 인천’, ‘장님 코끼리 만지기-만들기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인천혜광학교’는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들만의 표현 세계를 가지고 주제에 접근하는 혜광학교 학생들이 자신이 느낀 학교를 표현한 전시이다. 박스, 점토, 퀼트 등 총 82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도시이야기, 인천’은 인천의 차이나타운을 방문해 학생들이 오감으로 체험한 각자의 느낌을 드로잉, 수채화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박스, 점토, 드로잉 등 총 11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만들기 프로젝트’는 고전우화인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학생들이 동물원을 방문해 직접 코끼리를 만져보고 느껴본 후 작품화 한 것이다. 학생들은 코끼리 사육사 강의와 직접 오감으로 느낀 것을 토대로 코끼리를 표현했다. 점토, 드로잉, 퀼트 등 18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학생과 티칭아티스트 전원이 참여해 가로 5m, 세로 1.5m, 높이 1.3m의 거대한 코끼리 작품이 이목을 끌고 있다.

‘드로잉을 더듬다’는 시각장애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통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학생들의 세계를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더듬어보다’는 2009인천세계도시축전 에이블아트 프로젝트 도록, 주요 점자촉각 책 10여 권 등 시각장애미술, 시각장애에 관한 자료를 전시한 공간이다.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눈(이은이 퀼트 부문 티칭아티스트)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작업을 했었지만 장애아이들을 가르쳐 본 것은 처음이었어요. 아이들을 통해 많이 느끼고 즐거웠던 시간이었어요.”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티칭아티스트로서 혜광학교 학생들에게 퀼트를 가르친 이은이 씨(40)는 초?중등부 아이들과 함께 한 4개월의 시간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바늘을 주는 것이 많이 걱정됐었어요. 볼 수 있는 사람들도 바느질을 하면서 찔릴 때가 있는데 아이들이 혹시라도 다치지 않을까 염려가 되더라고요.”

이 씨는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그런 염려가 점점 사라졌다고 한다. 오히려 아이들이 금세 바느질에 익숙해져 가르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시각장애아이들은 색깔을 볼 수는 없지만 색에 대한 자신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퀼트 작품을 만들면서 아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작품의 진행 정도를 설명해주었어요. 지금 앞에 있는 천의 종류는 어떻고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고 어떤 색인지 하나하나 알려주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주었어요.”

이 씨는 작품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아이들이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는 생각이 되지 않을 만큼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고 칭찬했다.

“어떤 아이들은 천을 이용해 인형을 만들기도 하고 자신이 느끼는 일상, 친구 등을 천으로 표현하기도 했어요. 학교지도, 책상을 만든 아이도 있었고요.”

이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만들기 프로젝트’를 꼽았다. 학생들이 직접 동물원을 방문해 코끼리를 만져보고 느낌을 담아 낸 것으로 학생 중 한 명이 코끼리의 피부가 아버지의 양복과 같은 꺼끌꺼끌한 느낌을 받아 양복옷감을 구해 코끼리를 표현했다며 아이들이 비장애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잠재된 능력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표면적으로 드러난 보통사람들이 볼 수 있는 능력과 다른 차원의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아이들이 앞으로도 자신만의 재능을 잘 개발했으면 좋겠어요.”

“사진을 배울 수 있어 행복했어요(원희승 인천혜광학교 중3)

“평소에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거든요. 에이블아트를 통해 사진을 배우고 찍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인천혜광학교 원희승(시각장애 1급?중3) 군은 에이블아트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며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원 군은 에이블아트 전시에서 사진부문과 장님 코끼리만지기-만들기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현장학습을 통해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어 좋았어요. 광주에 있는 동물원을 찾아가 코끼리를 만지는 시간이 너무 인상 깊어요. 막연하게 코끼리는 포악하고 무서운 동물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만져보니 온순하고 착한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 군은 티칭 아티스트의 도움으로 사진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을 지도해주신 선생님이 최대한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지도해주셨어요. 사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시기도 하고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어요. 저는 집에 가는 길과 학교앞 거리를 사진으로 표현했어요.”

원 군은 에이블아트를 준비한 지난 4개여 월의 시간을 돌아보면 뿌듯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저희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참 열심히 준비한 전시에요.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시각장애인이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이해하시고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장애인생활신문 (handicapi@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