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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손이 눈” … 점자로 세상에 소망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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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2,497회 작성일 09-03-1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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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게 된다면 사랑하는 친구들을 보고 싶어요.”(서예원·초등 2년)

“눈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소중한 나의 손.”(김인의·중 3년)

서울 종로구 신교동의 국립서울맹학교 담장에 학생 173명의 소망을 점자로 장식한 벽화(사진)가 3일 등장했다. 서울시의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 이 벽화는 배영환 작가의 ‘점자-만지는 글, 아름다운 기억’이란 작품이다.

가로·세로 21㎝의 도자 판 360개에 학생들의 손 모양을 일일이 석고판으로 떠낸 후 타일처럼 이어 붙였다. 손 모양 옆에는 손의 주인공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점자로 담았다. 벽화는 담장을 따라 이어지는데 길이가 14m에 이른다. 국내 양각 점자벽화 중 가장 큰 규모로 작업에 3개월이 걸렸다.

벽화에는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없다. 다만 남들보다 시간이 더 걸릴 뿐이다(채석모·초등 3년)” “세상 사람들이 눈으로 길을 볼 때 난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서주영·고등 3년)”처럼 담담한 독백이 있는가 하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아주세요(박기홍·중 1년)” “대통령님,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힘써 주세요(송재선·중 1년)”라는 당부의 메시지도 눈에 띈다. 서울시 이병한 디자인기획담당관은 “밋밋하고 건조한 학교 담장이 맹학교 학생들과 세상이 소통하는 장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김경진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