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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움직인 한 중증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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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416회 작성일 09-09-0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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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증 장애…인들이 많이 좀…일할 수 있었으면…좋겠어요.”

7일 수화기를 통해 들리는 전현석 씨(29)의 말은 부자연스러웠다. 중간중간 끊어져 정확히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밝고 힘이 넘쳤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23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소개한 전 씨는 뇌병변 2급을 앓고 있는 중증 장애인이다. 2002년부터 8년째 경기 포천시 내촌면 가구제조업체인 청음공방에서 일하고 있다. 이곳은 2000년 사회복지법인 한국청각장애인복지회가 설립한 장애인 직업자활시설. 전 직원 48명 가운데 29명이 전 씨처럼 장애인이다.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청각장애, 뇌병변 등 중증 장애인들이 많다. 수화 통역을 하는 직원이 따로 있을 정도다.

전 씨는 4일 청음공방을 찾은 이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그는 수화 통역사와 함께 이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았다.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이 대통령의 질문에 전 씨는 자신의 사연을 담담히 말했다. “10월이면 아빠가 됩니다. 그래서 참 행복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도 있습니다. 이 행복을 지킬 수 있게, 중증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축하와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 대통령은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전 씨 사연을 소개하며 장애인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강조했다. 현장에서 녹음한 전 씨 목소리가 방송된 뒤 이 대통령은 “전 씨의 말과 표정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 대통령은 “좋은 복지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그 일을 통해 보람도 느끼고 가정도 꾸려 나가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 맞춤형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장애인이 만든 제품의 판로 개척에 도움을 주는 정책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씨는 이 대통령이 방송에서 자신을 소개했다는 말을 전해 듣자 “몰랐다”며 쑥스러워했다. 지난해 11월 네 살 연하의 베트남 신부와 결혼했다는 전 씨는 “지금처럼 계속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대통령께 이 말을 다시 한 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포천=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