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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지하철 시위 22일 만에 재개…2·3호선 1시간가량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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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876회 작성일 22-04-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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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이동권 대책이 미흡하다며 21일 오전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지난달 30일 장애인 권리 예산 등에 대한 인수위의 답변을 기다리겠다며 시위를 잠정 중단한 지 22일 만이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가 끝내 공식적으로 답변을 주지 않았다"며 "인수위 브리핑은 그 이전에 20년간 양당 정권이 집권했을 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이야기에 불과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박 대표는 "이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5월 2일 인사청문회에서 답해야 한다"며 "만약 추경호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장애인 권리예산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한다고 약속한다면 그 약속을 믿고 입장 발표의 날까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전 8시께 3호선 지하철에 올라탄 뒤 휠체어에서 내려 열차 바닥을 기는 '오체투지' 행진을 진행했다. 그는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예산 보장하라' 등이 적힌 피켓 스티커를 바닥에 붙여가며 힘겹게 양팔로 몸을 끌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등 다른 활동가들도 휠체어에서 내려 오체투지에 동참했다. 같은 시간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도 전장연 활동가들이 휠체어에서 내린 뒤 줄지어 열차 바닥에 엎드려 행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 같은 시위로 인해 경복궁역에는 상·하행선 열차가 수십분간 역을 떠나지 못했다. 출근길 열차 안의 시민들은 곳곳에서 "그만해라", "몇 시간째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경복궁역 인근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종훈(16)군은 "등교 시간이 8시까지인데 경복궁역에 도착하니 8시 45분이었다"며 "뒷줄 차에 탄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열차에 있던 한 남성은 지각을 직감한 듯 휴대전화를 들어 상사에게 상황을 설명하던 중 "팀장님도 여기 계신다고요"라고 말하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2호선 시청역에서도 활동가들이 을지로입구역 방향 내선순환 열차 탑승구에 휠체어를 멈춰 세우고 발언을 이어가면서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경찰은 전장연 활동가들을 향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했다며 수차례에 걸쳐 해산명령을 내렸지만, 활동가들은 "옥내집회는 집시법 대상이 아니다", "당신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지하철 운행은 전장연이 경복궁역 대합실에서 삭발식을 준비하기 시작한 오전 8시 50분께부터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활동가들이 연대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일부 시민은 이들에게 침을 뱉거나 "대한민국에서 나가라", "너희가 무슨 장애인단체냐"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로 오전 7시 40분께부터 지하철 2·3호선 양방향 열차 운행이 지연됐으나 3호선 운행은 8시 50분께, 2호선 운행은 9시 28분께 정상화됐다"고 설명했다.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는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통의동 인수위 인근인 고궁박물관 남측 인도로 이동해 '420 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 마무리 보고대회'를 진행했다.

대회가 준비 중이던 오전 10시 6분께 박경석 대표와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정부서울청사 교차로 한복판에서 철제 사다리를 어깨에 걸고 인수위에 항의하면서 10여 분간 차로 통행이 일부 제한되기도 했다.

발언에 나선 권달주 대표는 "다시 한번 정치 권력에 실망했다"면서도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또 땅바닥을 기고, 지하철을 탈 것이다. 22년 동안 싸웠던 그 동력을 다시 쏟아붓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등 구호를 외치며 호응했다.

한편 보수 성향의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련)와 한국교통장애인협회 회원들은 이날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서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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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4번 출구 인근에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관계자들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측에 지하철 시위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장총련은 이날 성명에서 "서민을 볼모로 수시로 행하는 전장연의 비상식적 시위 행태는 장애인을 떠나 국민의 일원으로서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출퇴근을 볼모로 장애인들의 진정한 요구를 왜곡하는 계획된 정치행위를 즉각 그만두라"며 전장연에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전장연은 다음날 오전 8시부터 3호선 경복궁역에서 지하철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5월 10일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전까지 삭발투쟁도 계속할 예정이다.

박찬균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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