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이 함께 가는 길의 출발선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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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학교 가는 길'[사진=스튜디오 마로/영화사 진진 제공] |
'아이보다 단 하루만 더 사는 것'.
장애인을 돌보던 가족들이 동반 자살했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사회와 이웃들이 장애가 있는 내 아이를 품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을 품고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말하는 하나의 소원이다.
영화 '학교 가는 길'은 그 캄캄한 절망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가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2017년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그저 아이들 학교 좀 보내게 해 달라'고 무릎을 꿇고 호소한 엄마들의 사진 한 장이 이슈가 되면서 서진학교는 17년 만의 신규 특수학교로 2020년 3월 개교했고, 정부는 특수학교를 증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엄마들의 호소가 만들어낸 파장은 서초구 나래학교, 중랑구 동진학교까지 이어졌고, 엄마들은 이제 학교를 나오면 다시 갈 곳이 없는 장애 아이들을 위해 직업 교육과 취업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며 아이들이 평범한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영화에는 이런 작고 평범한 희망을 이야기하기까지 장애 아이들과 부모들의 고단하지만 행복한 일상, 사회와 이웃들에게 받은 냉대와 상처, 이해에 따라 말을 바꾸는 정치인,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아이들에 대한 엄마들의 가슴 저미는 사랑과 감사를 모두 담았다.
특히 영화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모습과 함께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정책의 희생양이 된 지역사회의 문제와 그들의 상처도 비춘다.
서진학교는 가양동 대단지 아파트에 둘러싸인 학교지만, 입학할 아이들이 없어서 폐교된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세워졌다. 공진초등학교는 1990년대 조성된 대단지 아파트 내 영구임대아파트인 4단지와 5단지에 주민들이 입주하면서 개교했다.
하지만 '영구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인근 주민들조차 다른 학교로 아이들을 보냈고, 주민들로부터 버림받은 학교는 결국 폐교됐다.
29일 시사회에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 김정인 감독은 "영화에 등장한 어머님들은 본인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려고 서진학교 설립에 앞장선 게 아니라는 것이 존경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내가 겪은 어려움을 후배 엄마와 아이들이 겪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포기하지 않고 주춧돌을 놓았고, 선배 엄마로부터 혜택을 입었다며 후배 엄마를 위해 최선을 다한 주인공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예종 대학원에서 다큐멘터리를 공부한 김 감독은 2017년 7월 1차 주민 토론회가 무산됐다는 짧은 뉴스를 보고 9월에 열린 2차 토론회에 무작정 카메라 한 대를 들고 찾아갔다.
그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키우면서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평소 같았으면 지나쳤을 짧은 뉴스에 여운이 남았다"며 "단순한 호기심에 갔는데 온갖 비난과 야유, 고성이 오가는 초현실적인 상황에서 나긋나긋, 또박또박, 강단 있게 말씀하시는 어머님들의 모습에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주인공들은 "'학교 가는 길'이 우리 사회가 함께 가는 길의 출발선이 됐으면 좋겠다"면서도 냉대와 차별을 보낸 사회와 이웃들을 탓하는 대신, 장애 아이를 둔 부모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들을 강조했다.
이은자 씨는 "우리가 발달 장애 아이들을 비장애 가족들에게 보여줄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 같다"며 "학습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주 봐서 낯섦이 없어지도록 아이들을 노출해야 한다고 늘 말한다"고 했다.
"아이와 대형 마트에 일주일에 한 번씩 가요. 아이는 원하는 걸 해주지 않으면 소리를 질러요. 그래도 몇 년을 그렇게 다녔더니 이제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아요. '아, 저 아이가 또 왔구나' 하죠. 처음엔 낯설어서 쳐다봤지만 이젠 익숙해진 거죠. 낯섦이 사라지니까 아이의 특별함을 발견해주시고, 호감으로 바뀌는 경험도 해요. 그렇게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에 대해 알게 되면 우리가 아이들이 살 수 있는 조금 더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영화는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박찬균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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