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장애 편견 흘려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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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09-08-2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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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보이지 않아도,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팔다리가 조금 불편해도 한강을 건너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하는 중증 장애인도 한강을 건널 수 있었다. 23일 오전 9시부터 한강시민공원 잠실지구에서 서울시장애인체육회와 서울시생활체육회 주최로 장애인, 비장애인 1000여 명이 펼친 ‘한강 어울림 수영 건너기 대회’의 모습이다.
장애인 10명과 비장애인 15명이 한 조를 이뤄 잠실지구를 출발해 한강 건너 뚝섬지구까지 1.6km를 헤엄쳐 건너는 대회다. 한 조를 이룬 참가자들은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지쳤을 때는 서로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어가며 강을 건넜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작은 고무보트에 올랐고,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보트에 연결된 줄을 몸에 묶은 채 한강을 함께 건넌 뒤 환호성을 올렸다. 참가자들은 수영복과 수영모를 착용했을 뿐 대부분 별도의 보조 장구 없이 한강을 건너는 기염을 토했다.
19세 이상의 성인들만 참가한 이번 대회에는 참가자 대부분이 한강을 건너는 데 성공해 기념메달을 받았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보다 빠르게 수영하는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은, 동메달리스트 민병언 선수(24)의 모습에 환호성과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대회에는 장애인 수영 스타 김진호 씨(23)도 참가했다.
완영에 성공한 지체장애 2급의 정병엽 씨(25)는 “처음으로 장애, 비장애인이 함께 힘을 모아 한강을 건널 수 있어 행복했다”며 “생각보다 빠른 물살 때문에 물도 많이 먹었고, 힘에 부쳐 잠시 당황할 때마다 함께 수영하는 비장애, 장애인 친구들이 격려해줘 무사히 건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완영자들의 기록은 35∼40분이었다. 대회 주최 측은 200여 명의 구조 전문가를 배치하고 구조용 보트 15대를 띄워 만일의 사고에 대비했으며 1인당 최고 5000만 원의 상해보험에 가입했다. 주최 측은 사전에 대회를 공지해 꾸준히 수영연습을 할 것을 당부했고, 장거리 수영 경험을 입증하거나 이달 초 열린 사전 테스트를 거친 사람들만 이번 대회에 참가하도록 했다.
순위를 매기지 않은 한강 건너기 대회에 이어 오후에는 장애인 6명과 비장애인 4명 등이 한 팀을 이뤄 배를 타고 한강 1km를 누가 빨리 돌아 오는지 겨루는 경기도 이어졌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 황문선 팀장은 “한강 수영 건너기 대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도전, 모험정신을 북돋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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