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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19년간 착취당한 장애인…2014년 염전노예 사건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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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1,476회 작성일 20-07-0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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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노동력 착취 피해자가 일한 가두리양식장.[사진=통영해경 제공]

경남 통영의 한 가두리양식장에서 19년 동안 지적장애인을 착취한 사건은 2014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전남 '신안 염전노예' 사건과 판박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판단력이 떨어지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지역사회가 함께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대목이 많다.

통영해양경찰서는 노동력 착취 유인 등의 혐의로 A(58)씨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1998년 당시 17살이던 2급 지적장애인 B(39)씨를 '일을 잘하면 보살펴주겠다'고 유인해 2017년까지 19년 동안 임금을 주지 않고 부려먹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국가로부터 매달 장애인 수당 38만원씩을 받았지만, A씨가 이마저도 일부 착복했다.

이 사건은 사회적 감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섬에서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가 장기간에 걸쳐 폭언·폭행에 시달리며 노동력을 착취당한 점에서 신안군 염전 섬노예 사건과 양상이 비슷하다.

2008년 당시 지적장애인 채모(48)씨는 더 나은 일자리가 있다는 직업소개소 꼬임에 넘어가 신안군 한 염전에서 5년 2개월 동안 하루 5시간도 채 자지 못한 채 소금 생산 등 각종 잡일에 동원돼 노예처럼 일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시각장애 5급 김모(40)씨는 2012년 7월 먹여주고 재워주는 일자리를 구해준다는 직업소개소 말에 속아 같은 곳에서 1년 6개월 동안 강제로 일했다. 이들은 통영 가두리양식장 피해자 B씨처럼 장애가 있었으며 고용주로부터 온갖 욕설과 구타는 물론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B씨도 A씨가 운영하는 가두리 양식장을 관리하는 컨테이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지옥 같은 생활을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사건은 피해자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는 물론 다른 지역민들까지 함께 범행에 가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통영해경에 따르면 노동력 착취에 정치망어업 선주 C(46)씨까지 가세해 B씨에게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주면서 일을 시키고 상습 폭행했다.

구매대금을 줄 것처럼 속인 뒤 B씨 명의로 침대와 전자레인지 등을 사는데 장애인수당을 사용한 주민 D(46)씨도 함께 입건됐다. 신안 염전노예 사건 또한 도망친 피해자를 택시기사가 가해자에게 다시 태워주는 등 광범위한 지역 유착 의혹이 불거졌었다. 해당 지역민들은 노골적으로 노동력 착취를 옹호하는 듯한 언행을 보여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섬 지역 노동자를 대상으로 인권유린 실태를 조사하는 등 후속 조처가 있었으나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노동력 착취 사건은 아직 근절되지 않은 셈이다.

박찬균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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