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하세요,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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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09-08-2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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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복 존스홉킨스대 박사 강연
20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학술정보원 국제회의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병원 재활의학과 이승복 박사(44)가 검은 장갑을 낀 손으로 수동휠체어를 밀며 강의실을 꽉 메운 150여 명의 학생들 앞에 나타났다.
“장애가 있다는 공통점이 치료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환자들도 저를 의사로 보기보다 먼저 같은 장애인으로 보거든요. 감사하죠. 제가 좌절하는 환자들에게 희망의 증거로 다가갈 수 있거든요.”
이 박사는 이날 연세대 외국어학당의 초청으로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1973년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한 그는 1982년 전미 체조대회에서 마루와 도마 종목 금메달을 따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1983년 훈련 도중 사고로 사지마비 장애를 얻었다. “마루 끝에서 힘차게 달려 나갔죠. 도약해 공중회전을 했고 ‘성공이다!’ 생각하는 순간 마루바닥에 ‘쿵’하고 얼굴을 처박았죠. 그 뒤로 한동안은 모든 꿈과 희망이 사라졌습니다.”
부상과 재활훈련 시절을 떠올리던 이 박사는 “불과 수개월 전까지도 화려한 공중회전 동작을 연습하던 일류 체조선수였는데 마치 아기가 된 것처럼 숟가락 쥐는 법, 물 마시는 법, 자리에서 몸 일으키는 법을 수없이 반복 연습하려니 회의가 들었다”고 말했다.
“‘나는 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중얼거렸어요.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따뜻한 의사가 되겠다는 다른 꿈이 생겼습니다. 다시 한번 마루 끝에서 도약한 것이죠. 결국 올림픽 체조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한계와 싸워 이겨낸 제 심장에는 금메달이 있다고 생각해요.”
재활훈련 끝에 손을 어느 정도 쓸 수 있게 된 이 박사는 뉴욕대에 진학한 뒤 컬럼비아대를 거쳐 다트머스대 의과대학원을 수석 졸업하고 하버드대 의과대학 인턴과정에서 최고 인턴으로 선정됐으며 2005년부터 존스홉킨스대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이 박사는 강연 중 눈물을 글썽이며 “미국에서 의사로 일할 때도 내가 한국인임이 항상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뒤 학생 100여 명이 몰려들자 그는 펜을 끼운 기구를 손바닥과 검지에 찬 채 일일이 사인을 해 줬다. “명심하세요. 한계는 자신이 만드는 거예요. 수많은 한계에 부닥치지만 좌절이 곧 절망이 아닙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다면 기회의 창이 열릴 겁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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