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복지뉴스

장애인의 삶, 자립만이 살길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회 1,731회 작성일 09-08-18 09:38

본문

장애인들에게 ‘자립’이란 무엇일까? 비장애인들이라면 성인이 되거나 아니면 그 이전부터 부모와 가족으로부터 독립해 혼자 생활을 하는 것이 ‘자립’의 기본이 되겠지만 장애인들은 이 기본적인 것부터 ‘인권 권리’를 들먹이며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게 우리나라 장애인 자립생활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더 알아보고자 지난 7월 전국을 다니며 몇몇 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체험홈 그리고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번 취재의 목적은 ‘자립센터의 운영목적과 장애인들은 왜 자립생활 하는 것을 그토록 선호하는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먼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장애인들이 시설이나 가정에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주고 그들과 함께 하며 다양한 문화체험이나 자립생활의 체험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곳’ 쯤으로 정의할 수 있다. 즉, 기존 장애인시설과는 다른 개념으로 장애인들을 사회로 나오게 하는 역할을 띤 명칭 그대로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다.

처음 인터뷰를 한 장애인은 현재 강원도 춘천시에서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이은희(여·뇌병변1급)씨. 그녀는 수년 동안 시설과 그룹홈을 이용하다가 나이제한 때문에 2년 전 임대아파트를 얻어 자립생활을 하게 된 경우다. 그녀는 현재 자립생활에 대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설에 비해 불편한 점들은 많지만 자유가 있어 자립생활 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시설에서 혹시 자유 시간을 주지 않거나 생활하는데 방해될 만큼의 간섭이 있었냐는 질문에 그녀는 “그렇지는 않았지만 자립생활에 비하면 개인시간이 부족하고 자기개발 할 수 있는 여건이 빈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시설생활에서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같은 아파트에서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이재수씨. 그 역시 뇌병변1급의 장애인이다. 이 씨는 부모님과 지내다가 바로 자립생활을 하게 된 경우로 현재 보치아 선수로 생활하고 있으며 생활비는 기초생활수급으로 등록돼 있어 보조금을 받아 이용 중이다.

이 씨 역시 시설생활에 대해선 회의적 의견을 제시했다. 이유는 자유보장이 없어서라는 것. 그는 “장애인도 개인생활이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리 시설이라도 개인적인 것에는 관여하지 말아야 하며 그것들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대부분의 시설은 그런 것에 신경을 안 쓰고 있는 것 같아 시설생활을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한 중증장애인독립생활센터. 이곳에서의 활동도 센터들의 공통적 일들인 장애인 권익운동, 동료상담, 활동보조인지원사업 등의 일을 하고 있었으며 센터 소장인 오성환 씨 역시 뇌병변1급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직원들 대부분이 중증장애인들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밝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맡은 바 일과 운동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었으며 독립(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서는 구김 있는 얼굴보다는 웃음 가득하고 희망에 찬 얼굴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곳 역시 장애인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각각의 사업과 행사에 노력하는 곳이었으며 특히 체험홈을 함께 운영하는 자립센터로서 지역 내에서 제법 운용이 잘되는 모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현재 체험홈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이 적다는 것. 이는 강릉센터에서 풀어야할 숙제로 남은 듯하다.

이번엔 그동안의 센터들이 추구했던 취지와는 조금 벗어난 주제로 센터운영을 하고 있는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장애인독립생활센터다. 이 센터에서 돋보이는 것은 장애인들의 성(姓)을 이야기 한다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쉬했던(?) 것을 이 센터에서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며 센터 대표인 조윤경(여·뇌병변1급)씨는 인터넷방송을 통하여 관련된 많은 정보를 전파하는 데 힘쓰고 있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어서 듣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서울 서초구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내(內) 체험홈. 그곳에서 생활 중인 정명근(남·뇌병변1급)씨를 만났다. 정 씨는 예전에도 몇 번 보도된 중증장애인이다. 누가 봐도 혼자 살아가지 못할 것만 같은 중증장애를 갖고 있지만 그는 활동보조인들과 호흡 맞춰가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용기 만점의 장애인이다.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때문에 인터넷카페 운영자로 여러 해 활동하며 웬만한 비장애인들보다 카페 오프라인 모임에 많이 참여하는 등의 열정을 보이며 사람들과 함께 살려고 노력 중인 장애인기도 하다. 취재하는 동안 정명근 씨를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는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성인이 돼서도 자립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신체적인 특성으로 인해 겪는 후유증일 수도 있지만 조심스레 말하면 일부 장애인들의 자립의지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 한 정신보건 사회복지사의 의견이다.

즉, 장애인이 자립의지가 낮은 이유는 “자아존중감과 관련이 되어 있는 것이라 내 스스로를 가치 있고 쓸모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 자아존중감과 자립의지와 관련이 있는 것인데 장애가 있다면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주변에서 '하지마라', '네가 뭘 할 줄 아느냐'라는 식으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이야기들을 어렸을 적부터 주변에서 주입시키면 자연스럽게 ‘나는 뭘 하면 안 되는 존재이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족하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자립의지가 낮은 장애인들의 원인을 지적했다.

덧붙여 “자립이라는 것은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데 스스로 일어서야 하고 굳건한 의지, 또한 그와 더불어 내가 시도를 한다면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 나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자기 존중감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선 장애가 있다 보면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이 좋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 긍정적인 말보다는 ‘안 된다’는 부정적인 말들을 더 많이 할 수 있어 그런 말들이 쌓이고 쌓여 장애인 스스로의 자존감을 형성했을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poems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