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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사가 되려던 저는, 1급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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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혜진 조회 1,821회 작성일 17-09-2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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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특수체육과에 다니던 20대 청년이었습니다. 장애학생에게 용기를 주는 특수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죠. 아이들과 함께 하는 미래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2008년, 24살이 되던 해,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장애학생에게 희망을 주는 특수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저는, 1급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정작 장애인이 되고 보니 절망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경수 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랍니다. 팔을 90도 정도로 굽힐 수는 있지만 펼 수는 없었고 손과 다리도 전혀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4년을 꼬박 어둠 속에 있었어요. 꿈도 미래도 모두 교통사고와 함께 사라진 것 같았거든요.

희망을 선물하고 싶으셨을까요? 박기용 지도교수님께서는 회갑잔치를 마다하시고 800만원정도의 전동휠체어를 선물해주셨습니다.

다시 움직일 수 있었어요. 휠체어는 다리가 되어주었고 다시 꿈꿀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물론 육체적 한계로 꿈은 흐릿한 안개 속에 있었지만 교생실습 후에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칭찬도 받았어요. 일반 선생님보다 더 많이 공감해주는 것 같다며 저 같은 사람이 꼭 특수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해주셨습니다. 저를 교단으로 이끈 원동력이 되었죠.

가족과 스승의 응원 속에 입학한지 11년 만에 졸업장을 손에 쥐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2월 전국 최초 공립 지체장애아 교육기관인 대구성보학교 새내기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뜻밖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에서 수전동 겸용 스탠딩 휠체어를 지원해 주셔서 이제는 일어서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은 첨단보조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자신합니다. 1급 장애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룬 경험을 돌아보며 장애학생이 겪는 어려움을 공감해주는 선생님이 될 겁니다.

물론 어려움도 많겠죠. 직접 시범을 보여야 하는 상황에는 많은 제약이 따를 테고, 필기나 타자를 칠 수 없으니 다른 선생님보다 수업준비도 더딜 테죠.

도서관에서 책을 꺼낼 수도, 책장을 넘길 수도 없지만 저는 반드시 이 멋진 일을 훌륭하게 해낼 겁니다.

학생들 모두 꿈을 잃지 않고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될 그 날을 위해 따뜻한 동행을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