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만든 지 10년… 피해자 눈물 닦기엔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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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진다 해도 제대로 설계되고 집행되지 않으면 자칫 실효성은 없이 선언적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많다.
2007년 제정돼 이듬해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반면교사다. 이 법은 고용이나 교육, 재화ㆍ용역의 이용 등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장애인을 괴롭히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어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법 제정 이후에도 장애인 차별 해소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법에 명시된 의무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높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조는 ‘교통사업자와 교통행정기관은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접근ㆍ이용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ㆍ배제ㆍ분리ㆍ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서울시의 교통 약자를 위한 저상버스 운행 비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2,816대로 전체 7,427대의 37.9%에 불과하다. 고속버스는 상황이 더 열악해 장애인단체 등이 매년 명절에 ‘우리도 고향에 가고 싶다’고 시위를 벌여야 한다. 또 법은 ‘누구든 장애를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가하거나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ㆍ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장애인 비하는 일상다반사다.
법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처벌 조항 미비가 꼽힌다. 위반 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손해배상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할 수 있는데, 피해자 구제 창구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인권위 권고부터가 장애인의 눈물을 충분히 닦아주지 못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포함한 장애인 관련 진정 건수는 지난해 2,433건이 접수되는 등 매년 1,600~2,600여건이 들어온다. 이중 진정이 받아들여진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23%. 어렵사리 인권위 시정권고를 받아내도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이태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인권위 권고를 따르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어 권고로 그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권고를 받은 사람이나 기관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법무부가 시정명령을 하고 불응 시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지금껏 시정명령이 내려진 사례는 총 2건에 불과하다.
손해배상도 현실적 대안이 아니다. 김재왕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피해자가 승소해도 많아야 위자료 50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어 소송에 드는 금전적, 시간적 비용을 감안하면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고 했다. 특히 형사처벌은 실제 선고가 내려진 건수가 사실상 전무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악의적’ 차별 행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악의성이 인정되려면 ▦차별의 고의성 ▦차별의 지속성과 반복성 ▦차별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차별 피해의 내용 및 규모 등 무려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탓이다. 이 때문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이중 하나만 충족해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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