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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가장이 쏘아올린 ‘불혹의 희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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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709회 작성일 09-07-0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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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내 인생의 전부입니다. 그들에게 희망의 메달을 안겨주기 위해 달릴 겁니다. 베이징에서도… 런던에서도….” 지난해 10월 열린 제28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인천 최초로 4관왕에 오른 ‘불혹의 휠체어 스프린터’ 현인수씨(42·인천 연수구 청학동). 10년 만에 재기해 남자 육상 휠체어 부문 전관왕(100m, 200m, 400m, 마라톤)에 등극한 그의 투혼은 모든 장애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잃은 채 세상을 맞이해야 했던 현씨를 비롯해 희귀 난치질환의 일종인 니스트(kniest) 이형성증을 앓는 부인 김미은씨(36), 엄마의 질병을 유전받은 딸 한나(8·청학초 1년)까지 현씨 가족은 모두 장애인이다.

니스트 이형성증은 성장과정에서 엉덩이 연골이 뼈로 바뀌지 못하고 뭉개져 파괴되는 희귀병으로 부인 김씨는 전동차를 의지하지 않고서는 장 보러 나가기도 어렵다.

서로 목발이 돼 아픔을 보듬어주면서 살아가리라고 다짐하며 2000년 결혼한 두 사람은 갓태어난 한나마저 엄마의 병을 물려받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을 느꼈다. 현씨는 “그땐 어디론가 숨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후 24개월이 지나서야 걸음마를 시작한 한나는 밝은 모습으로 자랐고 또래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부부의 우려와 달리 급우들과도 원만하게 어울리고 있다. 현씨가 10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게 한 것도 “우리 아빠 휠체어는 자동차보다 더 빨라”라고 하는 한나의 재롱 섞인 응원 덕분이다.

현씨는 “거동이 불편한 가족들에게 ‘두 다리가 없어도 최고로 빠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5월 말 한나는 ‘골반 보정’을 위한 1, 2차 수술을 마쳤다.

“나이도, 장애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현씨의 목표는 내년 중순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11월 베이징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이다.그는 “내가 장애를 딛고 꿈을 향해 다가서는 모습을 보면 한나도 장애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상준인턴기자>, 경향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