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때문에 해고당한 장애인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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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09-07-0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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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낯선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고 그 목소리는 분명히 불안과 초조함 그리고 분노가 가득 묻어났다. 직감적으로 그가 극한 분노로 자살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자 식은땀과 함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자신을 지체장애인이라고 했으며, 이번 비정규직법으로 말미암아 내일(7월 3일)로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또 왜 장애인단체가 이런 사태에 대해서 아무런 보호를 하지도 않고 무능함만 보이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개탄했다.
통화는 1시간이 지나도록 계속됐는데, 그는 끝으로 ‘나는 이렇게 간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내 가족의 안위이고, 같은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이다’라며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어지고 말았다.
필자는 밤새 한잠도 이루지 못한 채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또 걱정했다. 다행히 이른 아침 발신번호를 통해 그와 다시 통화를 할 수 있었으며, 그는 칼럼을 보고 전화했으며, 왜 우리사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보호해야할 장애인들이 가장 먼저 희생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비정규직법 발효, 일터를 잃는 장애인들
비정규직법의 발효로 지난 1일부터 기업들의 일방적인 해고통보로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 경영계, 노동계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논리만을 주장하는 지금도 누군가는 해고통지서를 받아들고 절망에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먼저 MB정부는 이번 비정규직 법과 관련해 아무런 사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책임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주무 부서인 노동부는 뒤늦게 ‘비정규직 실직 근로자들을 위한 상담창구설치, 실업급여와 생계비 대부, 희망근로와 사회적 일자리 사업 등을 통해 재취업을 지원한다’고 밝히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법의 실질적인 핵심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정치권만 쳐다보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버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비정규직을 법에 명시된 바에 의해 정규직으로 전환을 유도하고,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유인책(인센티브)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요즘 정치권은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 기본적인 생존권인 일자리를 담보로 자신의 당리당략에 따라 흥정을 하는 구태의연하고 무능하며, 무책임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 해고당해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해득실만 따라 유예를 통한 임시방편적 처방에 목맨 현 상황이 답답함을 너머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경영계는 경제위기라는 이유를 들어 동 법이 발효되자 바로 기간제 및 시간제 근로자를 기업의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일부 기업의 경우) 무차별 해고하고 있다. 이는 현 비정규직법을 악용하는 것으로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과 국민의 성원과 지지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초기에는 다소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숙련된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을 안정적이게 한다면 기업의 경쟁력제고는 물론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노동계는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단체로서 노동계의 구성(정규직비율이 높고, 낮음)에 따라 목소리가 달라진다면 노동계의 순수성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동계는 정규직이 많다는 이유로 비정규직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아니 될 것이며, 더욱 비정규직의 입장에서 노동계의 처지를 대변해야 할 것이다.
필요할 때만 장애인에게 들이대는 근로기준법
정부와 정치권, 경영계와 노동계는 이 하나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장애인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노동법에 정한 최저임금을 강요받으면서도 법정 근로시간을 지켜본 적이 없다. 이는 정부도, 정치권도, 경영계도, 노동계도 다 아는 이야기이다. 다만 모른 체 하고 싶을 뿐이며, 근로기준법을 지키지도 않으면서 이제와 비정규직법을 지켜야 한다며 해고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한다.
우리 장애인들은 취업하기 어렵고 해고하기 쉬운 존재로 인식하는 기업과 이를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무책임은 장애인을 또 울리는 것이며, 장애인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우리 장애인들은 상당히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는 장애인단체들의 역할 부재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들의 단체이익과 장애유형별 이익에 눈이 멀어 이런 공동의 장애인문제가 심각해도 나 몰라라 하며 보는 시각이 더욱 문제를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이다. 장애인의 고용문제는 장애의 유형과 단체의 벽을 넘어서 우리 스스로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만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장애인단체는 소속 장애인들이 해고를 당할 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참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 해고하는 기업, 세금 인상해야
다시 한 번 요구한다. 정부, 정치권, 경영, 노동계 등은 장애인을 우선고용하고 장애인을 강제 해고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인상하는 방안과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장애인 비율을 강제화 하여 다수의 장애인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특별기회를 제공하는 방안 그리고 정규직으로의 전환 시 정책지원금과 행정상의 편의를 제공하는 등 기업이 장애인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혜택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 이면에는 같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장애인보다 비장애인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기업의 인식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장애인단체는 장애인의 공용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협의체를 운영해 부당한 해고나, 처우를 받는 장애인근로자들의 정치적, 법적 문제를 해결해 주고 노동부에 정책을 제시하여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근로상의 차별행위의 시청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장애인단체의 존립 이유가 아닌가 한다.
이 글을 마치면서 위 해고당한 분의 아픔을 이해하며 더는 이중고통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 필자도 많은 노력을 할 것을 약속한다. 장애인의 직업은 생존과 동시에 자립의 완성임을 우리는 숙지해야 할 것이다.
기고/박경태 (pkt666@hanmail.net),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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