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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공학기기 장애인에게 따뜻한 기술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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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혜진1 조회 999회 작성일 15-10-2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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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한 따뜻한 기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오는 22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를 개최한다.

이는 장애인 근로자에게 취업 및 직업생활 유지에 필요한 보조공학기기를 소개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장으로, 공단에서는 장애인근로자들을 위해 맞춤형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고 있다. 보조공학기기 지원으로 직장생활을 보람차게 하고 있는 장애인 4명의 사례를 소개한다.

■“혼자 외부 출장 가능해졌어요”=대덕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자형 씨는 뇌병변 2급 상지마비 장애인으로 타인의 도움 없이 출퇴근이 어려웠다.

장애로 인해 동료들에게 업무 부담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발 마우스를 활용해 정확한 문서 작성을 해내는 그였지만, 사무국장으로서 대외 협력, 강의 출장 등 외부활동이 늘어나면서 직원 1명이 늘 그를 동행해야 했다. 이에 대한 부담감은 점점 커졌고, 남들은 괜찮다고 얘기했지만 그는 미안할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지원된 보조공학기기는 높낮이 테이블, 발마우스, 족동 장치(핸들과 연결된 페달을 왼쪽 발로 돌려 방향을 조절하고, 오른쪽 발로 속도조절을 할 수 있는 보조공학기기)다.

보조공학기기 지원으로 그의 업무 영역은 확대됐다. 한결 여유로워진 출근, 차문을 열고 운전이 편한 신발로 갈아 신은 뒤 오른발을 들어 시동을 걸고 변속기를 바꾸고, 왼발로 핸들과 같은 원판 족동을 돌려 잡고 오른발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자동차를 운전해 회사로 향한다.

대전 관내에 있는 관공서, 유관기관 뿐만 아니라 관외 지역인 세종시 출장까지 족동차를 직접 운전하여 다녀온다. 주위 사람들도 마냥 신기해한다. 기동력이 생기면서 업무 영역도 확대되고, 적극적인 자세로 바뀌면서 외부강의 요청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동의 자유는 잠재된 능력을 탁월하게 발휘할 수 있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아직 초보운전자로 운전대를 잡으면 많이 긴장되지만, 자립을 실현하고 있는 직장생활이 아주 즐겁고 행복하다.

■“바리스타의 꿈 이뤘어요”=베어베터 강하림 씨는 지적장애 3급으로, 취업 욕구는 높지만 장애의 특성상 적합한 직무가 적었다. 바리스타 직무를 희망해 지원서를 넣었으나 장애의 특성상 돈 계산에 어려움이 예상되어 불합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지원된 보조공학기기는 발달장애인용 POS, 신호장치다. 강 씨의 출근길 걸음이 바빠졌다. 사내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강씨는 터치 모니터를 통해 모닝커피를 주문받는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용 POS가 설치된 이곳에서는 주문 방법이 좀 다르다. 고객이 모니터로 메뉴를 선택한 후 금액을 확인하고 직접 결재를 한다. 결재는 사원증이나 신용카드로 할 수 있다.

공단은 보조공학기기 지원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2014년도에 발달장애인, 청각장애인 등을 위한 POS기기를 개발했으며, 2015년도에는 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신호장치를 상용보조공학기기에 추가하였다. 이 두 가지 기기가 바리스타가 되겠다는 강하림 씨의 꿈을 이뤄줬다.

■높낮이 조절 테이블, 업무 효율성 높여= 부산 또는 목포를 다녀 올 계획이 있는가? KTX를 이용하면 왕복 5~6시간이면 충분할 듯하다.

차창 밖으로 고속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눈이 어지러울 즈음 객차 안으로 시선을 옮기면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승무원입니다’라는 표정으로 허리를 숙여 깊은 인사를 하는 여승무원을 만날 수 있다.

승무원의 소속은 코레일의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주)이다. 이 기업은 새마을호 및 KTX 승무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공공기관으로 직무 특성상 여성 직원의 비율이 50%에 달하고, 다른 기업에 비해 젊은 층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코레일관광개발(주)는 공단과 장애인 고용 직무를 협의하며 이와 같은 기업 특성에 착안했다.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네일아트 서비스를 직원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기로 한 것.

네일아티스트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중증 여성 청각장애인 적합 직무로 2012년도에 개발한 분야다. 오지현 씨는 2014년 4월부터 9월까지 공단 산하 일산직업능력개발원에서 네일아티스트 맞춤훈련과정을 이수했다.

보조공학기기로는 장애인근로자와 네일아트를 받는 여승무원이 서로 가장 편안한 자세에서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네일아트용 높낮이 테이블이 지원됐고, 고객의 방문 사실을 소리가 아닌 진동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고객 신호기도 지원됐다.

보조공학기기, 다시 강단에 서다=정태훈 교수는 2013년 2월 중부대학교 자동차관리학과 부교수로 근무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하반신이 완전 마비되고 상지기능이 지극히 제한돼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혼자 힘으로 거동하기 힘들었다.

이후 약 1년 6개월간 입원 치료와 수차례 수술을 받았으며, 꾸준한 재활 치료 덕분에 상지 기능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정 교수는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최중증장애인이다. 사고 이후, 재활치료를 통해 현재는 펜을 들거나 마우스를 어느 정도 조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처음에는 출근조차 어려웠다. 2006년식 산타페를 타던 그는 혼자서 차에 올라 탈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차에 올라타야 하고 휠체어도 싣고 가야 한다.

이에 정 교수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자동차 개조 및 차량용 보조공학기기 지원제도를 통해 자신의 차를 개조했다.

상용보조공학기기의 지원이 강의를 가능하게 했다. 가장 활용도가 높은 제품은 작업용 특수의자이다. 함께 지원받은 로호 방석(욕창방지 방석)을 깔아놓은 채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한시도 기기를 벗어나는 일이 없다.

원고 홀더 스탠드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강의를 하다가 작업용 특수의자를 기립형으로 바꾸기도 한다. 그러면 학생들의 강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자신의 욕창 방지에도 효과적이다.

상용보조공학기기는 연구할 때도 필요하다. 작업용 특수의자와 전동휠체어를 번갈아 사용할 때나 욕창방지 매트를 바꿀 때마다 앉은키가 달라진다. 가끔은 재활치료를 위해 작업용 특수의자를 기립형으로 바꾸고, 선 자세로 연구 자료를 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높이 조절이 가능한 테이블 덕분에 자세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다. 또한 한손으로 조작이 가능한 한손 키보드, 적은 힘으로도 멀리 있는 물건을 집을 수 있는 오픈형 집게, 펜을 들고 필기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필기 보조도구가 손이 되어준다.

정 교수가 다시 학교로 복귀하고자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줬고, 특히 보조공학기기 지원서비스는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도움이 되어 그의 출퇴근과 강의,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자동차관리학을 연구하는 정 교수는 본인의 경험을 살려 앞으로 국립재활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과 보조공학기기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