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복지뉴스

장애모형에서의 기능모형 차별일 수 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혜진1 조회 840회 작성일 15-09-17 17:22

본문

우리나라에서 시각장애인 판정 기준은 다른 장애유형과 달리 기능모형을 따르고 있다.

장애모형에는 의료모형, 기능모형, 사회모형, 정치모형이 있다. 의료모형은 손상부위와 원인 등을 기준으로 장애를 판정하고, 사회모형은 사회적 제약을 장애 기준으로 하며, 기능모형은 신체적 기능의 제한을 기준으로 하고, 정치모형은 권리와 사회 참여도를 기준으로 한다.

시각장애인은 교정시력을 기준으로 판정한다. 그러므로 보조기구를 사용하여 개선이 되면 장애가 아닌 것이다. 교정시력을 기준으로 하므로 기능모형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한쪽 시력만 실명한 경우 6급 시각장애인으로 인정하는 것은 외국에는 없는 기준으로 사회모형에 속한다.

시각장애인은 같은 시각장애가 되는 원인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전혀 반대의 양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백내장의 경우 중앙부위에 손상이 있으면 어두운 곳에서 더 잘 보게 되고, 주변부위에 손상이 있으면 밝은 곳에서 더 잘 보게 된다.

그러니 어떤 사람은 빨간색을 더 잘 보고, 어떤 이는 녹색을 선호하고, 어떤 사람은 흑백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청색과 흰색의 대비를 좋아한다. 색맹 역시 천차만별이다.

이런 개별적 기능을 표준화하기란 쉽지 않다. 저시력인이라고 하더라도 글씨를 너무 크게 하면 오히려 전체를 볼 수 없어 독서를 하지 못하게 되고, 어떤 사람은 야간에만 보지 못하며, 어떤 사람은 가까이 다가가면 보지만 조금만 떨어져도 보지 못한다. 이것이 기능모형에서의 표준화된 기준을 만드는 데에 한계점이라 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은 보통 사고로 실명을 하게 되면 노동력 상실률 80%로 간주한다. 80%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보험사 등에서 보상 역시 앞으로 예상되는 소득의 80%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안마사라고 하면 안마사의 직업 활동은 현실적으로 더 많은 나이에도 할 수 있으나, 40세까지 일한다고 계산한다면 비현실적이라 할 것이다.

또한 노동력 80%가 상실되면 그럼 20%의 노동력은 살아 있을까? 월 소득 100만원인 사람이 실명하면 2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직장을 잃으면 아예 소득이 없을 것이다. 맥브라이드식의 손해보상 기준은 엉터리다. 또한 일부 소득이 가능하다고 하여 감액하는 호프만 계산법 역시 엉터리다.

그런데 이미 시력을 상실한 기왕증이 있는 시각장애인이 사고로 사망을 하게 되면, 이미 노동력을 80% 상실한 사람이었기에 보상은 앞으로 예상되는 소득의 20%만 보상하게 된다.

현재 소득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소득을 기준으로 앞으로의 소득을 예견하겠지만, 어린이라든가, 실업자 등으로 아직 소득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면 근로자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하여 20%만을 계산할 것이고, 여기에다가 가해자의 과실을 비율을 적용하여 보상하게 된다.

만약에 가해자의 과실이 20%라면 여기에 20%를 더 감하여 앞으로의 소득 예상액의 4%만 보상을 받게 된다.

시각장애인이 일을 하게 되면, 최소한 근로기준법상의 최저임금은 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연금 등을 받을 것인데, 200만원을 평균소득이라고 하여 40만원만 보상한다면 비현실적인 것이 분명하다. 시각장애인 중 평균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기능모형에 의한 보상방식은 장애인들을 노동력 상실자로 보고, 완전한 한 인간으로 대하지 못한다. 또한, 장애인의 다양성과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사고로 장애인이 되었을 경우 보상금을 노동력 상실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지만, 이미 시각장애인이 된 기왕증을 가진 사람에게 이미 노동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아 잔존 노동력에 한정해서 보상하는 것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분명하다.

장애를 표준화하거나 수량화하는 것 역시 고정관념이다. 편견과 고정관념이 차별을 만드는 것이다. 가장 무서운 차별은 법원의 판례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