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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낮은' 일자리 장애인 활동보조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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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이슬 조회 1,142회 작성일 15-06-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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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모독·사기·성폭력까지 장애인 피해·가해 잇따라
-"바우처 방식 현 제도선 예견돼있던 부작용"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07년 본격 시행된 장애인 활동 보조인 제도. 수 년 동안 ‘자립생활’ 보장을 요구하며 싸워 온 장애인들의 눈물이 제도 시행의 배경이 됐지만, 애초부터 국가가 책임과 역할에서 뒤로 빠지고 민간에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로 시작돼 지금에 이르게 된 활동보조인 제도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인 활동보조인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활동 보조인 제도 도입 8년 차, 근본적인 제도 개선 논의 없이는 일상적이고 광범위한 갈등에서부터 특수한 갈등까지를 포함, 가해와 피해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애인 성폭행 혐의 활동보조인 기소돼

 최근 60대 남성활동보조인인 A씨가 자신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50대 여성 지적장애인 B씨를 수개월 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광주지법에서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역 장애인 단체들은 이번 성폭력 사건의 보다 근본적인 이면엔 현재의 장애인 활동보조인 제도의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과 같은 구조에선 제2, 제 3의 다른 피해 사례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이번 사건과 관련, 활동보조인에 의한 성폭력 가능성을 활동지원기관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평소 B씨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복지관 사회복지사가 상담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드러난 사례로 활동보조인의 부적절한 행동이 있어도 드러나지 않고 묻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재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는 재정만 국가가 지원하고, 민간 영역에 전적으로 맡긴 형태다. 보건복지부가 전체적인 계획을 수립·활동보조사업을 총괄하고, 시·군·구에서는 신청을 받아 활동지원기관을 선정하고, 활동지원기관에 급여를 제공하며, 활동지원기관에선 활동보조인과 수급자를 연결하는 형태다. 활동보조인은 수급자에게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한 시간만큼을 ‘바우처’라 불리우는 기계에 입력받고, 그만큼의 임금을 활동지원기관으로부터 제공받는다. 활동지원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중개기관인 활동지원기관에 떠넘긴 형태지만, 중개기관 역시 정부로부터 급여를 받을 뿐, 사실상 촘촘한 모니터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한 사회복지사는 “활동보조인에 의한 성폭행 사건이 드러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면서 “기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활동보조인을 관리·담당하는 (활동지원기관) 직원 한 명이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100명까지 활동보조인을 관리하는 게 현실이어서 사실상 모니터링을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단순히 담당 직원을 교체하거나 징계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도연 씨는 “오히려 성폭력 사건 같은 강력범죄가 아니었다면? 이라고 질문하고 싶다”면서 “이번 케이스는 성폭력 사건이라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보조인 간에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가해와 피해의 갈등 상황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고, 왜 이런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도연 씨는 “이런 일들이 단순히 활동보조인이 나쁜 사람이어서, 혹은 코디네이터가 관리 감독을 잘못해서, 활동지원기관이 일을 잘 못해서이기 때문이라고 보고 이들을 교체한다고 해도 같은 문제는 또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근본적으로는 현행 바우처 방식의 활동지원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가 입장에선 재정만 투입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니 편할 수 있겠지만,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를 중개기관과 활동보조인, 이용자에게 떠넘기고,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어내는 구조”라는 것이다.

 

▶저임금·고강도 노동, 질 낮은 일자리가 문제



 불필요한 갈등은 반대의 상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현재의 제도하에선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보조인 역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활동 지원 서비스를 벗어나 개인적인 일을 시키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한다” “인격적으로 함부로 대한다”는 고충이 활동보조인들에게서도 나온다. “우리 때문에 돈 버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며 함부로 대하는 이용자도 있다. 이용자에 의한 성폭력 피해사례도 빈번하다. 남성 장애인을 돌보는 여성 중엔 성폭행을 당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따른 생활고도 활동보조인들이 처한 어려움이다. 직업적 전문성과 정체성을 가지기 힘든 여건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활동보조인의 월평균 근무 시간은 121시간이고 월평균 보수는 85만 원 정도다. 반면 노동강도는 센 편이다. 시간당 활동지원 급여가 8810원인데 이 중 75%가 활동보조인 임금으로 지급되고 나머지 25%는 활동지원기관이 중개수수료로 가져가는 형태다. 생계를 유지하려면 한달 300시간 정도를 일해야 하지만, 고용의 지속성을 보장받기 힘든 구조다. 때문에 활동보조인의 성비율도 왜곡돼 나타난다. 여성 활동보조인은 많은 반면, 남성 활동보조인은 드물다. 남성 장애인에 남성 활동보조인을 배치하는 일이 쉽지 않다.

 같은 이유로 활동보조인의 자격 요건도 느슨하다. 현재 민간기관이 활동보조인의 교육을 담당하며, 관련 교육을 40시간 이수하면 누구나 활동보조인을 할 수 있다.

 도연 씨는 “결과적으로 `질 낮은 일자리’가 활동지원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면서 “현재와 같이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바우처 형태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연 씨는 ”우선적으로 시범사업 형태로 상근활동보조인제도를 도입해 월급제 형태로 운영해보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면서 “활동보조인이 시간제로 지금처럼 임금을 받는 게 아니라 직접 월급을 받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한다면 성비 불균형 문제도 해결될 수 있고, 촘촘한 모니터링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