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비닐하우스가 낫지”… 장애인 주택문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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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09-06-2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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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우면지구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박모(61)씨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낡은 비닐하우스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나이가 있는데다 몸도 불편해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군데 군데 메운 흔적이 보이는 문 너머로 옷가지며 조리기구가 눈에 띄지만 박씨는 이 곳을 별로 떠날 마음이 없다고 한다. 인근 복지관에서 지원도 자주 들어오고 이미 이 곳이 많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판넬조립식 건물로 이주할 수 있는데도 이사를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 비닐하우스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기존에 이용하던 복지관과 인근 주민과의 유대 관계를 쉽게 떨쳐버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정부가 조사한 쪽방 및 비닐하우스 거주자 수요조사에 따르면 비닐하우스 등 거주자 8049개의 가구 중 5173개 가구가 이주를 희망했지만 2876개 가구는 이주를 희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새로 옮겨가면 어느 복지관을 가야 할지도 막막한데 그렇다고 새 집이 나같은 장애인이 생활하기 편한 구조도 아닌데 갈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임대주택이나 전세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장애인들을 위한 주거환경이 온전치 못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불편이 큰 실정이다.
경기도 남양주에 거주하는 이모(43)씨는 이동의 불편을 이유로 높이 튀어나온 방 사이 문턱과 화장실 문턱을 없애고 방을 넓히는 등의 공사를 통해 몇 년 동안 그럭저럭 지냈다.
이후 이사를 가기 위해 방을 내놓으려 했지만 방을 원래의 형태로 돌려 놓아야 한다는 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버렸다는 것이다. 심지어 '입주할 장애인을 찾습니다'라며 해당 지역과 장애 조건 등을 명시하며 새 입주자를 구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이동 회전 반경이 비장애인에 비해 넓어 방의 크기가 커야하는 등 기존 주택과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임대주택 입주비율이 10% 미만으로 접근성이 떨어지고 개조시 개인비용을 들여 복구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중 18.7%가 장애인 가구지만 실제 임대주택에 입주한 비율은 10%도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정재 부장은 "사전에 싱크대를 낮춘다던지 하는 등의 신청을 할 수는 있지만 설계 당시부터 장애인만을 위한 임대주택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며 "비닐하우스 등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을 이주시키려면 기존에 살던 지역의 건물을 개선하는 등의 현실감있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주거대책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신영수 의원(한나라당)은 "정부의 주거대책은 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기존의 공급 위주 주택정책으로만 일관하고 있다"며 "현재의 열악한 장애인 주거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정확한 주거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장기공공임대주택 입주자의 주거복지 증진을 위해 지원법 등을 통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입주자 이주대책과 리모델링 시 건폐율 등의 현행 적용기준 완화를 통한 제도적 장치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장애인용 임대주택의 의무건설 추진 내용을 골자로 한 신 의원의 '장애인 주거지원법' 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바 있다.
메디컬투데이 김록환 기자 (cihura@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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