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전라남도 신안군에서는 장애인을 외딴 섬에 끌어와 강제로 일을 시키고 폭행은 물론 임금 착취까지 해온 이른바 ‘염전 노예’ 사건에서
구출된 피해자들이 대다수 다시 염전으로 돌아가는 등의 일이 발생한바 있다.
이는 장애인학대가 발생했을 때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서비스 전달체계, 실천 지침 등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것.
또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인권센터의 상담내용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학대 관련 상담은 지난 2008년 29.9% 대비 약
8% 상승한 37.5%로 장애인 학대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
이처럼 장애인 인권 유린?학대 사건이 매년 계속되고 이에 대한 방만이 모호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회 민주주의와 복지 국가 연구회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21일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장애인학대 방지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실천적 과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정책토론회에서는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계류 중인 장애인복지법 개정안과 안철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 인권침해 방지
및 권리옹호에 관한 법률을 토대로 장애인 인권침해와 더불어 피해자 지원 대책 마련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장애인학대 피해자지원 정책 부실…학대방지 공동위원회 등 관련기관 필요
발제를 맡은 성공회대학교 이동석 외래교수는 현재 장애인학대방지 및 피해자지원 정책의 문제점을 설명하며 관련 법률 제?개정 흐름과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이 외래교수는 이와 관련 장애인학대방지 및 피해자 지원정책의 문제점으로 ▲ 장애인에 대한 학대의 개념 및 유형 정리 ▲ 장애인 학대실태조사 전무
▲ 지원 가능한 전달?의뢰체계 미비 ▲ 가해자 처벌 수준 낮아 ▲ 학대 피해 지원 기관 부족 ▲ 학대 예방 관련 정책 전무 등을 꼽았다.
특히, 이 외래교수는 장애인 학대실태조사에 대해서 “지난 2011년도 장애인실태조사에서 가족 내 폭력과 성희롱, 성학대 등이 포괄적으로
조사되고 있으나 장애유형별, 착취, 폭력 유형별로 실태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특히 학대에 노출되기 쉬운 여성장애인과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 장애어린이, 농어촌 및 도서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에 대한 조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외래교수는 학대를 받은 장애인이 상담하거나 피해에 대한 지원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 외래교수는 “장애인이 학대를 당해도 전국에 4곳 밖에 없는 국가인권위원회 지역사무소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조사 및 구제 기간도 오래
걸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장애인학대 등 인권침해 문제를 다루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설립한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는 법적 근거가 없고, 인력이
부족해 전국을 포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 외래교수는 장애인학대방지 및 피해자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으로 △외부 개입을 위한 판단 근거지표 마련 △학대 신고의무자의
범위 확대 및 교육의무화 △학대 방지 및 피해자 지원체계 구축 △기관 간 연계 구축 및 각 기관별 매뉴얼 작성 △사례에 대한 지원의 긴급정도 및
종료 판단 기준 마련 △ 학대피해자를 위한 통합 지원서비스 △장애인학대방지 교육 의무화 등을 제시했다.
이 외래교수는 “현재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 4의 제2항에 따르면 장애인복지시설의 운영자와 해당 시설의 종사자는 그 직무상 장애인학대를
알게 된 대에는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의무가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인복지법의 경우 8개 직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경우 24개 직군이지만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경우 16개 직군 종사자가 신고 의무를 가지고 있지만 장애인 학대 경우 장애인복지시설 1개 직군 종사자만이 신고의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장애인학대방지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해서는 중앙?지방정부, 학대 방지 및 피해자지원을 담당하는 중앙의 민간기관 및 지방의
민간기관, 지역별 학대 방지 및 지원을 위한 공동 위원회, 관련 기관이 필요하다.”며 “이들의 밀접한 협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대방지 피해자지원 관련 법률 제정?학대 관련 처벌 특례 법률 제정해야
이날 이 외래교수는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장애인복지법과 안철수(새정치민주연합)의원의 장애인 인권침해 방지 및 권리옹호에 관한 법률에
대한 동향을 설명하며 앞으로 장애인학대 방지에 관한 법률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이 외래교수는 학대 내용을 담을 수 있는 법률 형태로 ▲장애인복지법 개정 ▲ 장애인학대방지 및 지원과 관련된 새로운 법률 제정 ▲ 학대방지
및 피해자지원과 관련된 법률의 제정과 더불어 학대 관련 처벌 특례 법률 제정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이 외래교수는 “피해자지원 관련법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을 분리해 새롭게 제정하는 것이 법의 구조상 가장 깔끔하고 명확해 보인다.”며
“하지만 장애인학대 피해자 지원 기반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처벌특례 관련법까지 새롭게 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시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가중시키는 것보다 피해자지원에 관한 법률을 만드는 것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전남장애인인권센터 허주현 소장은 효과적인 피해자 지원을 위해서는 가해자와 긴급 분리 조치 권한이 법적으로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허 소장은 “염전노예사건 조사과정에서 피해자들을 회유해 합의서를 작성함으로써 수사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가해자들의 시도가 잦았고 그때마다
긴급분리 조치 권한이 없는 장애인인권센터 활동가들은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인이나 아동 학대 피해자 지원체계인 노인보호전문기관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분리할 긴급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긴급분리 조치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장애인 학대 피해자들이 자기옹호가 약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활동가들에게 긴급 분리 조치 권한이 반드시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도 수반돼야
이날 토론자들은 이 외래교수가 주장한 장애인학대 피해자지원에 대한 체계 마련 필요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학대 관련 사건 조사와 피해자
처벌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들이 제시됐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은종군 정책홍보국장은 “체계적인 행정력과 시스템으로 인권침해를 겪는 장애인에 대한 사후처리까지 지원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동석 외래교수가 학대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률의 형태로 학대방지 및 피해자 지원 법률 제정과 학대 관련 처벌 특례법의 제정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는 이견은 없지만 다만 학대방지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별도의 법률 제정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입장.”이라고 답했다.
은 정책홍보국장은 “현재 이 법률안들은 입법화를 위한 준비가 일정 궤도에 이른 상황.”이라며 “그렇다면 다소 중첩되는 법률안을 새롭게
추진하는 것은 현재 장애인 권리옹호를 위한 법률 제정을 혼돈스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장애인 학대방지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률의 제정보다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학대에 대해서 가중처벌을 하도록
하는 특례법을 제정하는 것이 더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이 외래교수가 주장한 발제문에서는 학대와 관련해 사건의 조사에 치중하기보다 당사자의
피해지원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실제 학대나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조사하는지에 따라 이후 당사자가 받을 수 있는 보상과
피해지원에 대한 정도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사건에 대해 인권적인 기준으로 판단해 조사해내는 과정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