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장장애인에 무지한 복지부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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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이슬
조회 1,102회
작성일 14-05-0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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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장장애인에 대해 그저 사회는 ‘키 작다’라는 생각 뿐이에요. 당사자 입장에서는 경제적, 의료적으로 불편을 많이 감소하고 사는데, 질환 정리조차도 안 된 현실이라니.. 소수자들의 서러움이죠.
33년간 저신장장애인으로 생활해온 황정영씨(33세, 지체3급).그는 한국저신장장애인연합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에서 만난 황 씨의 첫 마디는 “정부는 우리를 너무 모른다”였다.
지체장애로 속하는 저신장장애인. 그 마저도 최하급인 6급 4호, 5호 수준으로의 낮은 등급밖에 부여받을 수 없는 그들.
전국 5천 명 정도 저신장장애인들이 있지만, 이마저도 추정치일 뿐, 공식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실태조사나 현황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전혀 없다.
등급 또한 제각각이다. 예전에는 희귀한 장애다 보니까 급수도 3급까지 받았지만, 현재는 6급 외에 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제가 7살 때 등급을 받았어요. 당시 1989년도였는데요. 옛날에는 연골무형성증이라는 질환 자체가 너무나 희귀하다보니까 3급까지 장애등급을 받을 수 있었어요. 심한 사람은 2급까지도 받았죠. 근데 현재는 6급 4호, 5호밖에 받을 수 없어요. 그마저도 연골무형성증에서만 가능한 거예요. 저신장장애인의 원인은 다양한데, 3분의 1정도만 장애등급을 받을 수 있는 셈이죠.”
먼저 저신장장애인의 애로점, 의료비다. 연골무형성증에 대한 합병증이 21개가 넘지만, 저신장장애인의 의료비 혜택은 희귀, 난치성 질환 건강보험 10%수준이다. 한 수술을 하다보면 최대 500만원까지의 자부담이 들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경제력이 받쳐줘야 여러 수술을 할 수 있고, 경제력이 없으면 수술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일단 저신장장애인의 경우 정강이뼈, 대퇴골, 팔 등이 휘거나 연장수술이 필요해요. 저 같은 경우는 상체가 작지 않지만, 하체가 짧아서 성장하면서 하체를 누르게 되요. 하체가 많이 눌리면 농구공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다리가 많이 휘거든요. 다리 휘는 수술을 3차례나 받았어요. 당시 건강보험 적용이 안됐던 시대라서 1억 다리라고도 불려요. 그만큼 의료비가 많이 드는 거죠.”
황 씨는 다리 외에도 연골무형성증 동반질환인 중이염, 편도 수술을 받았다. 편도의 경우, 성장하면서 편도가 목을 막기 때문에 제거가 필요하다는 설명. 이들의 수술비 역시 각각 본인부담금 300만 원 정도다. 성장하면서 그가 낸 수술비만 1600만 원 정도지만, 그는 또 한 번의 수술을 앞두고 있다.
“코골이 수술을 해야 되요. 코골이가 저신장장애인의 합병증이기도 한데요, 사람마다 정도가 조금씩 다른데, 저 같은 경우는 옆에서 소리 지르는 정도예요. 코골이가 위험한 수술이고, 의료비가 많이 들어요. 또 저신장장애인에 대해 의사가 인지를 잘 못해요. 그냥 어떤 의사로 가라고 말을 하니까 한 병원으로 몰리게 되고요.”
저신장장애인에 대한인지 조차 못하는 의료기관과 정부. 황 씨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질환정리부터 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가 장애 중에 질환이 가장 많거든요. 근데 정리조차도 안됐어요. 정부에서도 정리를 못하고 있죠. 보니까 다 똑같이 생겼다, 이렇게 판단을 해보이는거죠. 합병증이나 동반질환도 잘 모른 채요. 암, 치매, 노인 등이 중점이다 보니까 소외된 것이 사실이죠. 일단은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아직 아무런 결과물이 없거든요.”
월트디즈니의 대표적인 동화인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 이 동화에 등장하는 일곱 난쟁이들은 북유럽 신화에 기원을 둔 난쟁이 족으로, 땅속에서 보물이나 광물을 쉼 없이 캠으로써, 스스로의 열등감을 만회하기 위해 살아가는 모습으로 비춰주고 있다.
반면, ‘난쟁이’의 우리나라 어원은 ‘난장’으로 온갖 광대 짓을 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일을 하던 왜소한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로, 보통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기 보다는 그들의 신체적 특징을 이용해 먹고 산다는 비하의 뜻이 담겨 있다. 때문에 저신장장애인들은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살 수 밖에 없다.
“사회적 편견 심합니다. 사회인 야구를 하고 있는데 같이 야구를 하는 사람의 아들이 왔어요. 저를 보고 ‘키가 작다’, ‘난쟁이’라고 웃는 거예요. 근데 보통 부모라면 혼내야 하는 것이 정상이잖아요. 근데 가만있더라고요. 내가 한마디 하자니 같이 운동하는 입장에서 얼굴 붉히기는 싫고.. 모르는 사람이 놀리는 건 이제 무뎌져서 신경도 안 쓰지만, 같은 공동체 안에서도 편견이 심하니 참 답답해요. 그 꼬마가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됐을 때도 자식을 그렇게 키울까봐요.”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정장을 멀쑥이 차려입고, 강남에서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 왈 ‘어디 밤무대 가세요?’. 화가 난 황씨는 “사회적 편견이다. 나는 술 마시러 가는 거다”라고 화를 낸 끝에 죄송하다는 사과를 받아냈다. 반짝이를 입은 것도, 분장을 한 것도 아닌데 그저 편견으로만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에 황 씨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하 용어 너무 많아요, 스머프, 난쟁이 많죠. 제가 어렸을 때는 더 심했는데 지금도 저를 보면서 웃는 사람이 많아요. 10%정도 줄어들었다 할까요. 개인적으로 일곱 난쟁이를 방송에서 안 틀어줬으면 좋겠어요. 그걸 안 본 요즘 애들은 잘 모르거든요. 사회적 편견은 오히려 방송에서 부추기더라고요.”
방송과 언론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황씨. 그에게는 6년 전 가슴 아팠던 일이 있었다. KBS 2TV에서 방영되던 ‘스펀지’라는 프로그램에서 저신장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
방송은 저신장장애인 배우 3명, 비장애인 배우 4명이 나오는 화면을 보여주며, 비장애인에게만 ‘배우’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나머지 저신장장애인에게는 ‘3명의 난쟁이’라고 표현하는 단어를 사용한 것.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저신장장애인을 난쟁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엄연히 같은 배운데, 비장애인에게만 배우라는 단어를 사용한 채 말이죠. 협회 회원들도 너무나 화가 났던 상태였고요. 당시 스펀지 게시판은 물론, 제작진에게 바로 전화까지 걸었어요. 그런데 사과는 없고 그저 얼버무렸어요. 방송이 그렇게 사회적 편견을 부추기는 것 같아요. 편견을 만드는 것도 방송이라니깐요.”
황 씨와 인터뷰를 하는 순간에도 한국저신장장애인연합회 소속의 커뮤니티 속에는 사회적 편견으로 힘들어하는 당사자들의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회원들의 프라이버시 상 모든 글을 알 수는 없었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저신장장애인을 둔 부모가 친구들의 놀림에 아파하는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저신장장애 아이를 둔 부모의 경우, 이런 애로점에 대한 글들이 자주 올라와요. 아무래도 성장기에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으니까 속상해하는거죠. 그러면 선배 엄마들이 댓글도 달아줘요. 담담하고 별수롭게 생각하라고. 별거 아니라고 하지만 얼마나 부모는 마음이 아프겠어요. 이것이 저신장장애인의 현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죠.”
사회적 편견에 스스로 움츠려 드는 저신장장애인들. 더 큰 문제는 저신장장애인 스스로도 피해의식에 마음을 열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만든 동굴에 자꾸 들어가 사회와의 소통조차 하지 않으려하는 것이 문제.
“당사자가 오픈마인드가 돼서 편견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다르다는 느낌 때문에 스스로 피하게 되고, 피해의식을 가져요. 사람들이 다가오면 왜 다가오는데? 뭐 좀 가져갈라고? 하는 마인드가 강해요. 소수자들의 서러움이랄까요. 언제쯤 저신장장애인들도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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