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위협 '볼라드'사건, 지자체 책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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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시각장애인 김모 씨가 안산시에 한 횡단보도에 설치된 볼라드(차량 진입 억제용 말뚝)에 걸려 넘어져 손해를 입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김 씨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승소 판결의 의미를 밝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 씨는 지난해 4월 30일 직장 인근 안산시 단원구 고잔1동 ㄱ마트로 물건을 구입하러 가던 중 횡단보도에 설치된 볼라드에 걸려 넘어져 오른 팔목 골절, 무릎 타박상 등 전치 10주의 부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인해 김 씨는 일을 하지 못해 입은 손해 및 피료비 등의 배상을 안산시에 요구했지만 안산시는 ‘해당 지역은 보험 가입이 돼 있지 않은 곳’이라는 이류로 배상을 거부했다.
이에 김 씨는 같은 해 6월 14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볼라드 시설의 관리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이 사건의 2심을 맡아 수원지방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
그 결과 지난달 30일 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를 선고했고, 양 방향 모두 항소하지 않아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보장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 11조에 따르면 현재 볼라드의 설치 기준은 ▲보행자의 편리한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 됨 ▲밝은 색의 반사 도료 등을 사용해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함 ▲높이는 80~100cm, 간격은 1.5미터 안팎으로 해야 함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야 함 ▲시각장애인에게 충돌 우려가 있음을 할 수 있도록 앞에 점형 블록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 볼라드는 지나치게 낮거나, 충격을 흡수할 수 없는 석재를 사용하는 등 위의 설치 기준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지 않다.
시각장애인이 걸려 넘어지거나 부딪혀 다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으며, 김 씨도 설치 기준을 지키지 않은 볼라드 탓에 사고를 당했다.
항소심에서 패소한 안산시 측은 재판 과정에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은 지난 2006년 1월에 시행되기 시작했고, 이번 사건 볼라드는 2004년 12월 설치된 것이므로 해당 법은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고는 비록 시각장애인이지만 모든 보행자는 보행상에 안전주의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스스로 주의가 태만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보도에 볼라드가 설치되는 경우 시각장애인의 충돌 위험도 충분히 예견되는 것이므로, 시각장애인의 안전하고 편리한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충돌의 위험성이나 충격의 정도를 최소화하는 등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성을 구비해야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이 사건은 높이와 지름이 시설 기준에서 정한 규격에 부합하지 않고, 재료도 석재로 돼 있어 시각장애인의 안전성을 결여한 설치·관리상 하자가 있다.”며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및 같은법 시행규칙이 이 사건의 볼라드 설치 이후에 제정된 것이라고 해도 달리 볼 것이 없다.”고 판결했다.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나병택 소장은 “사회가 일부 변하고는 있지만 그 속에서도 필요악은 있다. 이번 사건이 승소하면서 앞으로 같은 사건에 판례로써 좋은 계기가 되겠지만 여전히 문제 있다.”며 “이런 볼라드는 시각장애인에게 지뢰보다 더 무서운 물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볼라드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해결방안은 볼라드를 전면 제거하거나 시각장애인 충돌시 부상 위험 없는 볼라드로 보다 세밀한 표준 규격을 확립해 전면 교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심을 맡았던 중앙법률사무소 이민규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잘못에 대해 당연히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보행자 과실로 안산시의 책임을 40%만 인정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비장애인에게도 위험한 설치물이 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제도적 개선에 힘써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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