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자립 부재한 IL 센터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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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이슬
조회 1,057회
작성일 13-11-2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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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동안 시설에서 직원 등에 의해 인권침해를 당해왔던 발달장애인들. 이들이 어렵사리 털어놓은 말. “시설에서 선생님이나 다른 사람이 저를 때렸어요”, “시설에서는 자유가 없어서 살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자립생활을 만나고 이들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체험홈에서 나갈 수 있게 소장님이 도와줬어요.”, “저는 스스로 직장을 찾았어요.” 다시는 자립생활 이전의 시설 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 모두의 한 목소리다.
하지만 ‘자립생활’을 패러다임으로 하고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게는 지역사회로 나오길 원하는 시설 지적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프로그램이 턱 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윤재영 교수는 20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자립생활센터를 통한 지적장애인 자립지원 방안’토론회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차원의 ‘지적장애인 자립 지원 모델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윤 교수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소속 회원센터 75개소를 대상으로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자립생활을 한 지적장애인 4명의 심층면담 등을 통해 모델을 개발했으며, 이날 토론회를 통해 장애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보고서를 12월초 제출할 예정이다.
■센터 속 ‘지적장애인’이 없다=먼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자립생활센터에는 지적장애인의 영향력이 너무나 적었다. 이용자를 장애유형별로 살펴본 결과, 지체 및 뇌병변 장애 이용자가 63.5%에 육박하는 반면, 지적장애를 가진 이용자는 18.9%로 적었던 것.
또한 자립생활서비스 중요도도 1순위 동료지지, 2순위 권익옹호 등의 사업참여율이 100%였지만, 시설 지적장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탈시설에 대한 사업참여율이 85%로 차이가 있었다.
더욱이 센터를 통해 ‘지적장애인이 자립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응답한 곳은 18개 센터 뿐이었다.
성공사례가 한 명도 없는 곳이 50개소로 대부분이었고, 2명의 자립성공 사례가 있는 센터가 4개소, 1명3명 5개소 등에 불과한 것. 하지만 시설에 있던 장애인이 자립생활센터를 통해 탈시설을 하고 자립한 실제적 케이스는 단 한 곳에 불과했다는 것이 윤 교수의 설명.
또한 심층인터뷰를 통해서도 지적장애인들이 자립생활 이전의 경험인 통제된 삶, 인간답지 못한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돈 관리를 하거나 자기결정권을 확장하는 긍정적인 방향들로 바뀌었다.
자립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참여자들이 앞으로 자립생활의 지속을 위해 청소, 옷 입는 방법, 식사준비, 빨래하는 방법 등 다양한 집안일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돈 관리 방법도 필요하다고 답한 참여자도 있었다.
아울러, 자립생활을 위해 원하는 센터의 지원으로는 자립생활 준비지원, 일상생활 지원, 신체활동 프로그램 지원 등이었다.
윤 교수는 “지적장애인들은 자립생활 이전에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아오고 통제된 삶을 살아오는 인권적인 문제로부터 벗어나려 당사자의 선택이 자립으로 이전됐다”며 “자립한 지적장애인 당사자는 본인의 자립생활을 타인에게 확장하기를 바라고, 자립하려하거나 자립하면서 부딪히는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의식으로 형성되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적장애인 자립지원 모델은?=이에 윤 교수는 지적장애인의 자립지원을 시설단계, 중간(전환)단계, 자립생활단계 등 3단계로 나눈 자립생활센터를 통한 지적장애인 자립지원 모델을 발표했다.
이번 모델은 지적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했고, 기존의 지체장애인 중심의 자립생활 모델을 지적장애인의 욕구에 부합한 자립생활지원으로 더욱 확장시켰다는 점이 돋보이는 특징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기존의 자립생활센터에서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프로그램 및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시설단계에서는 부모만남을 통해 자녀의 자립의 당위성을 이야기하고, 동료상담 등으로 통해 당사자가 자유롭게 자기표현을 하도록 한다. 이는 자립을 결정할 수 있도록 용기를 갖고 도전할 수 있는 단계다.
중간단계는 구체적인 자립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된다. 2박3일이나 6박7일 같은 단기 자립체험부터 6개월에서 2년간의 장기간의 체험홈 이용을 준비해야 한다. 이때 장기적인 주거와 소득보장의 계획도 포함돼야한다.
또한 지적장애인 당사자는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해 도움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하며, 금전관리, 대인관계, 자기결정, 가족관계의 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자조모임 등의 활동을 통해 다른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모방, 경험하면서 관계를 형성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주체적으로 쌓도록 해야 한다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마지막 자립생활단계에서는 지적장애인의 능력에 따라서 직장과 신앙 등 인생의 의미를 찾도록 도와줌으로 자립생활의 자기만족을 극대화 한다는 것.
윤 교수는 “지적장애인의 자립생활이란 지적장애인이 24시간의 관리감독, 감시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가능한 상황”이라며 “한 주체에서 진행되기에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 거주시설, 자립생활센터의 협업이 전제돼야 하며, 이러한 협업은 재정적 지원이 받쳐줘야 한다. 거주시설과 센터는 자체 사업비와 후원금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정부는 지역에서 생활이 가능하도록 소득보장이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적장애인의 자립지원 절실”=이에 토론자들은 그동안 지적장애인의 자립생활에 다가가지 못했던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현실에 대해 인정하고, 필요한 지적장애인의 자립지원 방안을 덧붙여 제언했다.
먼저 지난 9월 설립된 창원시발달장애인자립지원센터 김윤정 사무국장은 “현재 우리 센터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중심으로 센터장님 비롯 2명의 사회복지사가 있으며, 재가에서 생활하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지원을 하고 있다”며 “현재 연구를 통해 세부지원에 언급을 하고 있으나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현재 우리 센터의 자립지원 프로그램을 예로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우리 센터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자립생활기술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의사결정능력 개발 및 증진프로그램, 참여자 주도형 여가·문화 활동과 지역사회 참여 활동, 발달장애인 리더 양성을 위한 리더쉽 훈련, 성 정체성 찾기 등 다양한 일상생활을 습득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고, 당사자들이 계획과 진행을 맡고 있다”며 “이 결과 자기 의견의 표현과 가족 대화에의 참여, 스스로의 일상생활 조정, 부모 의존성의 탈피 등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폐성장애를 가진 자녀를 두고있는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백미 당사자 서포터는 지적장애인의 자립지원을 위한 필수요건으로 서포터를 들었다.
백 서포터는 “중증 신체장애인의 자립에 있어 활동보조인의 필요성이 절대적이듯 지적장애인 자립에 있어 서포터는 필수적이다. 보고서에 제시한 지원방안 등에 있어서 효과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센터와 지역 안에 적절하고 충분한 서포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포터는 다양한 정보를 당사자에게 제공하되, 단순한 정보제공자로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 서포터는 “당사자들에게 최대한의 선택권을 갖게 하고 사회적 규범에 위배되거나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는 한 절대로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이는 당사자들의 결정범위는 넓어지고 책임감도 커졌다. 자립 지원도 마찬가지”라며 “일반적으로 비장애인과의 관계에서 위축감을 느끼는 지적장애인에게 동료지지체계를 형성하는 것도 자립 지원에 있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IL인턴제를 통해 인턴활동을 하고 있는 지적장애3급 박현철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씨는 “2~3년후에 자립하고 싶고, 지금은 혼자 살기 위해서 집에서 훈련하고 있다”며 “센터 소장님은 저에게 매번 엄마가 만일 돌아가시면 어디서 살꺼냐고 하신다. 근데 시설에는 절대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 일본에 지적장애인대회에 참석했는데 시설은 문제가 많은 곳이라고 한다”고 자립의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박씨는 혼자 살 때 자립생활센터에서 ▲음식 만들기 ▲옷 골라 입고, 개는 요령 ▲가구 및 전자기구 배치 요령 ▲집을 대여할 방법 ▲낯선 사람 들어왔을 때 대처 요령 ▲몸이 아플 때 병원갈 때 ▲집에 사는 해충을 제거할 때 ▲수도세, 전기세, 전화요금 등 각종 세금을 징수할 때 등의 지원이 필요함을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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