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자 보험가입 차별 없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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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09-05-2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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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만을 고대하며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들이 1만8000천여 명이 넘는다. 이들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장기기증자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독려하기는커녕 불이익을 받는 장기기증자들의 문제를 정부가 외면하는 것에 대해 도덕적 비판이 거세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장기기증자와 장애인이 보험 가입 시 차별을 받지 않도록 보험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놓고 있어 이를 취재해봤다.
◆서로 사랑하며 살라더니…
‘서로 사랑하며 사십시오’, 故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 당시 세상에 남기고 간 말이다.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김 추기경은 자신의 장기를 기증했고 이에 귀감을 받은 국민들의 장기기증 신청자 수가 급증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하지만 장기기증을 약속한 국민들이 장기기증으로 신체를 훼손할 경우 보험가입 등에 차별을 받게 되는 상황에서 김 추기경의 유언대로 서로 사랑하며 살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보험가입을 하려던 장기기증자 전 모씨(43·남)가 장기를 기증해 신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보험사로부터 가입을 거절당했다는 내용이 모 방송국에서 보도된 바 있다.
전 씨는 지난 93년 만성신부전증으로 고생하던 생면부지의 40대 남성에게 오른쪽 신장을 기증해 시장 표창까지 받았다. 어떤 대가도 없이 베푼 선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씨는 신장이 하나밖에 없다는 이유로 보험사로부터 대여섯 번이나 건강보험 가입을 퇴짜 맞았다. 장기 이식 공여자와 수혜자 모두 보험 가입이 안 되거나 차별적 제한을 받게 되는 것이라며 보험사는 설명했다.
일부 보험사는 이들에 대해 보험 가입을 허용하긴 하지만 전 씨의 경우 신장 쪽에 대해서는 보장이 제외되며 과거 병력이 있는 사람들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사도 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신체 일부가 정상적이지 않은 장기기증자나 장애인에 대해선 제한적으로 가입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서 이들의 가입에 대한 지원금을 마련해주는 않는다면 향후에도 이들에 대한 처우는 같을 것”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금융당국, ‘도덕적 차별’ 두고 볼 수 없어
그러나 지난 1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사 계약심사 담당 임원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장애인 및 장기기증자가 보험 가입 시 차별을 받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사가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의 관한법률(조문 17조·2008년 4월 11일 시행)) 위반소지가 있는 부당하게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행위가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시정하는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에 고발조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김수환 추기경 돌아가신 이후에 장기기증 운동이 활발해져 신장 대기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되고 있다”며 “정부는 장기 기증 독려의 일환으로 기증자에 대한 차별대우를 하지 않도록 하는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보험 가입 관리 감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이전에는 간혹 장애인이 여행자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었는데 이런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비장애인이 암에 걸린 과거병력이 있으면 암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고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장기기증자와 장애인도 이와 같이 비장애인에게 들이대는 잣대를 두고 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와 함께 개별회사의 모집조직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 합리적이고 적정한 안내가 이뤄지지 않는 회사에 대해선 관련 임원에게 사유서를 받고 재교육을 실시토록 할 방침이다.
또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를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토록 할 계획이다. 보험설계사 시험시 장애인과 장기기증자에 대한 차별금지 문항을 출제하는 등 보험설계사에 대한 교육도 강화키로 했다.
◆“장기기증자 위험률, 보험료 증가로 이어질 것”
지난 2008년 11월 19일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이 입법 발의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장기기증을 이유로 취업제한, 강제퇴직 및 보험가입 거부 등 차별 대우를 할 경우에 국가는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보험사들은 장기기증자에 대해 6개월 이상 휴우증 등을 이유로 관찰기간(경과기간)을 갖고, 이후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면 보험가입이 가능했다. 단, 일부 보험사에선 기증과 관련된 기관에 대해선 2~5년 간 보험 보장부분을 제외해왔다.
금융감독원은 관찰 기간을 6개월에서 1개월가량으로 줄이도록 할 예정이며 기증한 사람의 변화에 따라 의학적 판단을 통해 이들이 부당한 처우 없이 보험 가입을 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선 보험사와의 협의가 없는 금융 당국의 관리 및 감독의 실효성이 있겠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임원들 모아서 장애인과 장기기증자들의 보험가입을 독려하고 있는데 보험사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며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사안이라서 따르게 될 것이지만 아무래도 위험률이 높아지는 부분이므로 전체적인 보험료가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인 중에서도 건강한 사람만이 장기기증을 할 수 있어 장기 기증 후에 관찰 기간이 지난 이후,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보험 가입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이미 올 초 보험사 심사팀과도 협의한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선의의 장기기증 운동 독려를 이유로 금융당국이 발 빠르게 보험가입 차별 금지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일각의 우려대로 보험사와의 충분한 협의가 없다면 실효성 없는 법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보험료 인상 등으로 인해 피해가 고스란히 다른 보험 가입자에게 떠안겨 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조윤미 기자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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