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약시 장애인을 위한 ‘화면확대 소프트웨어’부터 살펴보면, 이 소프트웨어는 컴퓨터 화면의 특정 부위를 크게 확대해 볼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2배에서 최대 16배까지 확대할 수 있고, 전체화면, 화면분할, 돋보기 렌즈와 같은 형태로 확대를 원하는 부분을 볼 수 있다. 확대 기능은 돋보기 모양 외에도 화면을 분할시켜 마우스로 컴퓨터 화면을 끌어당기거나 밀듯이 움직여서 분할된 다른 화면에 확대된 부위를 볼 수도 있다.

같은 사용자들이 컴퓨터 전자파일이 아닌 출력된 인쇄물의 정보를 사용해야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보조기구로는 ‘독서확대기’라는 제품이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카메라와 화면을 이용한 돋보기라고 할 수 있고, 조금 복잡하게 설명하면 돋보기가 곡면 처리된 유리(혹은 플라스틱) 렌즈로 대상을 직접 확대해서 보는 단순한 광학적 원리의 제품이라면, 독서확대기는 카메라로 대상을 비춘 다음 전자적 정보로 처리해서 카메라가 비춘 대상을 크게 확대해서 모니터에 보여주는 원리의 제품이다.

약시 장애인과 달리 전맹의 시각장애인들이 출력된 인쇄물의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조금 더 복잡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데, 모두 다 종이에 인쇄된 내용을 전자적인 정보의 형태로 바꿔서 그걸 컴퓨터나 특정 장비를 사용해서 소리로 듣는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전자적인 정보가 결국 컴퓨터 텍스트 파일이기 때문에 그 자료를 음성뿐 아니라 점자로 다시 변환해서 활용할 수도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OCR’ 프로그램 사용이다. 우리말로는 ‘광학문자판독장치’라고도 하는데, 스캐너처럼 책의 내용을 복사하듯 그림파일로 만들어서 컴퓨터에 불러온 후에 해당 파일에 있는 글자들을 문자로 판독하고, 판독된 문자들을 텍스트 파일 형태로 변환해서 저장한다. 이렇게 텍스트 파일로 저장된 내용은 다시 컴퓨터에서 음성낭독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소리로 듣거나 작업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이 여의치 않으면 보조자들이 책의 내용을 직접 손으로 타이핑해서 컴퓨터에 입력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드는 방법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어려움을 덜기 위해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 중에는 책을 인쇄할 때부터 책의 본문 내용을 2차원 바코드 이미지에 담아 함께 인쇄해 놓고 보이스아이라는 바코드 인식장치를 그 위에 대면 기기가 그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주는 기술이 활용되기도 한다. 바코드를 찍어 내는 게 책을 인쇄할 때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에 비장애인도 책을 보는데 큰 차이가 없고, 별도의 인쇄비를 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역으로 전맹의 시각장애인이 인쇄된 문서가 아닌 컴퓨터 작업을 수행할 때는 ‘음성출력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 이름 그대로 컴퓨터 화면에 보이는 문자들을 컴퓨터가 음성으로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작업을 위한 프로그램의 메뉴나 동작 명령들의 대부분을 키보드로 해결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바탕화면이나 탐색기에서 마우스로 원하는 아이콘을 찾아가는 대신, 컴퓨터의 방향키를 움직일 때마다 해당 커서가 멈추는 아이콘이나 메뉴를 컴퓨터가 읽어주고, 원하는 메뉴에 도달했을 때 키보드의 엔터키를 치는 것으로 해당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적절한 보조기구의 활용은 시각장애인의 직업과 학습 능력을 획기적으로 증진할 수 있다는 점은, 시각장애인으로서 사법시험을 통과해 법관으로 임명된 최영 씨와 같은 사람들의 사례에서 다시 한 번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