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복지뉴스

장애아동 재활치료 바우처 잘 되고 있나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회 1,894회 작성일 09-05-19 09:11

본문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시행된 장애아동 재활치료 바우처 서비스는 제대로 시행되고 있나?' 서동명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민선화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상담정보팀장은 한국장애인복지학회가 지난 15일 '경제위기속에서의 장애인 서비스 확대 전략-검증과 비판적 검토'를 주제로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 참석해 사례를 중심으로 장애아동 재활서비스 바우처 제도의 현황을 살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판정 후 대기기간 없이 바로 치료받을 수 있다”, “전과 달리 2가지 이상의 치료를 한 번에 할 수 있다”며 장점을 꼽은 이용자들도 있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인한 서비스 제한, 지역 간 서비스 격차, 정보 부족으로 인한 불편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이용자들도 많았다.

▲대상자 포함돼도 예산 부족으로 서비스 못 받아=각 지방자치단체가 대상자 현황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을 책정해 서비스대상에 포함되는데도 불구하고 예산부족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 못하는 아동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아동생활시설 담당자는 “한 장애아동 어머니가 동사무소에 서비스를 신청하러 갔다가 지침에 부합하는 조건이지만 해당 동에 다른 아동들이 많이 신청해서 안 될 수도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또한 “우리 시설에서 서비스이용을 필요로 하는 아동은 32명이지만 구에서 현재 예산 부족으로 일단 10명에 대해서만 바우처 지원을 해주겠다고 해 가장 서비스가 급한 10명에 대해서만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지방은 인력 부족하고 서비스 종류도 적어=서비스의 질과 인력공급에 있어 지역 간 격차가 크다는 문제도 지적됐다.서울과 광주의 두 기관을 비교해본 결과에 따르면, 먼저 서울시 Y구의 A기관의 경우 인지, 놀이, 미술, 언어, 음악치료 등 5개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고 바우처 사업 시작 후 11명의 치료사를 신규 고용해 운영하고 있었다.

이 기관의 서비스 관리자는 “바우처 형식을 도입하면서 임금 설계를 타 기관과 비교해서 평균이상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참여하고자 하는 치료사도 많았고, 괜찮은 치료사들을 고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광주광역시 B군의 B기관을 보면, 언어치료사 1명과 미술치료사 2명만을 고용하고 있고 제공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치료사들도 신분보장과 소득 불안정으로 이직을 염두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기관 담당자는 “부모님들이 1차적으로 원하는 언어치료의 경우 치료사 채용에 어려움이 많다”며 “자격증을 가진 졸업생들은 이미 대부분 취업했고 학생들도 바우처 일자리라고 하니 꺼려했다. 아르바이트로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동명 교수와 민선화 팀장은 “A기관은 높은 선정기준을 갖고 치료사를 고용하는데 B기관은 자격기준에 미달하는 치료사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광주의 경우에는 언어치료사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기자가 없다는 바우처의 큰 장점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방의 경우 서비스의 질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 한 생활시설 담당자는 “치료사의 질과 책임감, 치료의 효과성이 염려된다”며 “일부 책임감과 쳬계성이 부족한 기관도 있는 것 같은데 해당 자치구에서 과연 제공기관을 적절하게 심사, 선정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바우처? '생소하고 복잡해요'=바우처 형식의 생소함과 정보 부족으로 이 서비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대상자들도 있었다.

서비스를 이용 중인 한 장애아동의 부모는 “동사무소에 신청하러 갔을 때 궁금한 게 많았는데 담당자가 서류를 주면서 ‘이것만 써 달라’는 식으로만 얘기했다”며 “정보 제공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우처가 뭔지 생소하고 너무 복잡해진 기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바우처의 회당결제시스템에 대해서도 “다른 엄마들은 너무 귀찮다고 한다. 매번 결제하러 사무실에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몇 번 결제했는지도 잊어버려서 포인트가 소멸된 것을 모르고 있다거나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서동명 교수·민선화 팀장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에 의해 지적된 서비스 대상자를 전체 가구평균소득의 50%이하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을 개선할 사항으로 제시했다.

▲대상자 확대하고 체계적으로 예산 집행해야 =장애아동 재활치료 서비스의 문제점과 함께 이에 대한 대안도 논의됐다. 서동명 교수·민선화 팀장은 “대상자 선정 기준을 변경해 대상자를 확대하고 좀 더 체계적·계획적인 예산집행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역 간 서비스 불균형에 대해 “각 시군구마다 최소한 2개 이상의 기관이 선정돼야 하고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공급자를 최대한 확대하기 위한 지속적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아동재활바우처 서비스가 질적 개선보다는 일자리 증대에 주로 초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며 “서비스 질에 대한 관리체계가 좀 더 정교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결재방식을 비롯한 서비스 이용의 불편함에 대해서는 “서비스별로 진단 및 서비스 계획 수립·제공·평가 등 일련의 표준화된 과정을 정하고 이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인아 기자 (znvienne@ablenews.co.kr), 에이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