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복지뉴스

겨울 녹이는 대학생들의 재능기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윤은경 조회 844회 작성일 13-01-14 09:09

본문


연일 계속된 한파에 마음까지 얼어붙는 듯한 날씨에도 겨울 방학을 맞아 '스펙쌓기'가 아닌 재능기부로 온정을 나누려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사진 촬영부터 의상 및 가발 제작, 급기야는 호떡 굽기까지 대학생들 사이에서 재능기부를 통한 봉사가 활발하다.



"할머니, 눈 크게 뜨고 좀 더 크게 웃으시고요. 턱 좀 내리세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게 찍어 드릴게요. 하나, 둘, 셋!"


 


대학교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각기 다른 학교의 대학생 17명이 모여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영정사진 촬영 봉사에 나선 건 지난 4일. 이들 중 평소 길거리 화보찍기가 취미인 대학생 안성진(26)씨는 연신 자신의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안씨의 넉살 좋은 입담 때문인지 인천 주안동 미추홀종합복지관에는 동네 어르신 70명이 이른 아침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공정분(73)씨는 "3만원이 넘는 영정사진을 미리 찍어 둘 여유가 없었는데 손주 뻘 되는 청년들이 찍어 주니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재능기부가 주가 된 이날 봉사에 지원한 학생들은 40명. 이들 모두 일주일 전부터 각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모집 글을 보고 문을 두드렸다. 학생들은 사진 촬영과 수정, 메이크업 등 사진 관련 작업과 어르신들에게 호떡을 만들어 제공하는 작업으로 각자 전공과 취미를 살릴 수 있는 일을 맡았다. 호떡 만드는 일을 맡은 최선영(21ㆍ이화여대 문헌정보학과2)씨는 "겨울방학이면 대학교 도서관이 토익점수나 자격증을 따려는 대학생들로 붐비는데, 좀 더 보람 찬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전 건양대 의료뷰티학과 학생들도 지난 11일 방학을 맞아 직접 가발을 만들어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이채림(11)양과 유방암 환자 김명숙(56)씨에게 선물했다. 수술과 항암제 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진 두 사람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배운 기술을 이용해 손수 만든 가발을 쓰고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2011년 처음 활동을 시작한 건국대 의상학과 봉사 프로젝트단인 '터치'는 독거노인들에게 패딩 30벌, 지난달 21일에는 청각장애인들이 모여 만든 클라리넷 연주단 '사랑의 달팽이'에 여름단복 50벌을 만들어 기부했다. 의상학과 학생들이 전공 수업 때 배운 내용을 활용해 만들다 보니 따로 배울 필요도 없는 데다 맘껏 실습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된 덕에 참여 학생들의 보람도 컸다. 꼭 필요한 것을 기부한 덕에 청각장애인 아이들도 '우리를 생각해 만들어 줘서 고맙다', '클라리넷 연주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감격했다. 터치 대표 김주영(23)씨는 "올해는 음악교육학, 산업디자인학, 영상학과 등 다양한 과와 연계해 기부의 장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배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재능기부 봉사는 받는 사람에게도 좋고, 봉사자들에게도 예비 사회인으로서 대학에서 배운 것을 사회 영역으로 확장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