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태워주던 장애인 택시, 이젠 제가 몰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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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은경
조회 952회
작성일 12-11-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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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아들 이규호 씨(30)를 데리고 병원을 가기 위해 처음으로 장애인콜택시를 불렀다. 장애인콜택시가 있다는 것은 아들이 공부를 하기 위해 다녔던 장애인복지관에서 처음 알았다. 몸무게가 45kg밖에 나가지 않는 아들이지만 병원에 갈 때마다 매번 휠체어에서 들어 차에 태우고 트렁크에 휠체어를 넣는 일은 고된 일이었다. 다행히 장애인콜택시는 휠체어를 접을 필요 없이 바로 차에 탈 수 있었다. 차량은 편리했고, 운전원은 친절했다. 고마웠다.
4년 뒤인 2009년 규호 씨의 어머니 박미숙 씨(51)는 장애인콜택시 운전원 시험에 응시했다. 근육병을 앓고 있어 24시간 산소호흡기를 꽂고 살아야 하는 아들을 홀로 두고 직업을 갖기까지 많이 망설였다. 아들은 코에 꽂는 산소호흡기 말고도 하루 12시간 이상 침대에 누워 인공호흡기 마스크를 써야 하는 호흡기장애 1급 환자다. 하지만 박 씨는 자신이 아들을 키우며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다른 장애인들을 돕고 싶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병원에 입원하기 시작했던 아들의 긴 투병생활로 어려워진 살림도 외면하기 힘들었다. 지금은 4년차 베테랑 운전원이 됐다.
박 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를 볼 때마다 남 일 같지 않다고 한다. 그는 “그 사람들의 마음은 직접 경험해본 나 같은 사람이 가장 잘 안다”며 “가능하면 장애인이 많이 이동하지 않고 차를 탈 수 있도록 집 입구 쪽으로 차를 붙인다든지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손님은 지체장애를 앓고 있던 한 초등학생. 박 씨는 “한 학생을 병원에 데려다준 적이 있었는데 그 학생이 학교에서 만들었다면서 작은 꽃 화분을 줬다”며 “불편한 몸에 열심히 만들었을 화분을 생각하면 오히려 내가 힘을 얻곤 했다”고 말했다.
박 씨의 차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병원에 가는 일이 많기 때문에 예약 시간을 맞추는 것은 중요한 일. 하지만 비가 오거나 정체로 차가 막힐 때는 간혹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박 씨는 “도로 상황 같은 사정 때문에 시간을 맞추지 못할 때는 미안할 뿐”이라면서도 “그래도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더 많다”고 말했다.
박 씨는 콜택시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는 “김포로 새우젓을 사러 가자는 손님도 있었는데 이 차로 장거리를 가게 되면 많은 사람에게서 차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뺏는 셈”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콜택시는 이용거리가 멀수록 구간당 요금이 싸지기 때문에 불필요한 일로 오래 이용할수록 다른 장애인들에게 결과적으로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에서 운행하는 장애인콜택시는 모두 330대로 운전원은 365명이다. 1·2급 지체·뇌병변 장애인이나 휠체어 이용 장애인 7만5000명이 이용한다. 24시간 연중 운행하며 요금은 일반 택시의 20∼30% 수준. 하루 평균 2200여 명이 이용하지만 이용 희망자의 10%는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지 못한다. 서울시내 30개 차고지에서 차량들이 빠져나와 시내를 운행하다가 ‘콜’을 받으면 승객을 찾아가 탑승시키는 시스템이지만 아직 대기시간은 평균 28분 정도 된다. 시는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차량 증차 및 운전원 증원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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