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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화된 책임보험 가입, 보험사는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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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218회 작성일 11-07-2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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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보험가입 ‘차별’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지속적으로 개선을 권고하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되고 있다.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있는 ‘장애인복지시설’ 또한 가입 거부의 칼날은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르면 장애인복지시설 운영자는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이행을 위해 손해보험회사가 영위하는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보험가입을 못하거나 안하면, 위법이다.

하지만 최근 대구의 A장애인보호작업장이 사회복지사업법에 근거해 롯데손해보험의 영업책임배상보험에 가입하려다 ‘장애인복지시설’이라는 이유로 가입을 거부당했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여기서 영업책임배상보험은 피보험자인 시설의 소유 또는 관리자가 시설 및 시설의 용도에 따른 업무수행 중 우연한 사고로 인해 제3자에게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에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이다.

A장애인보호작업장 소장은 지난 7월 초 현재 가입된 타 보험사의 영업책임배상보험 가입 만료일이 다가와 다른 보험사의 보험을 알아보던 중 롯데손해보험 설계사에게 보험설계를 받았다. 가입했던 보험사보다 월 보험료가 비쌌지만, 보상한도액이 높아 가입하고자 마음을 먹고 보험가입설계서를 작성했다.

전 보험사의 만기일인 20일이 다가올수록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20명의 근로인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하는 불안이 심해졌다. 만약 만기일이 지나고 보험가입이 되기 전에 작업장의 화재나 사고가 날 경우 보상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용인에게도 보상을 해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18일 소장은 ‘왜 아직 인수심의가 안 끝났냐’며 설계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알아보겠다’는 대답을 들은 후 롯데손해보험 서울본사로부터 시설신고필증과 사업자등록증을 팩스로 송부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관련 서류를 보냈다. 그때만 해도 당연히 보험에 가입이 될 줄 알았다.

19일 소장은 설계사로부터 ‘심의를 판단하는 본사 팀에서 장애인시설의 손해율이 110%로 비장애인시설보다 더 높기 때문에 인수(가입)해 줄 수 없다’며 인수심의가 불가하다는 의견을 들었다. 손해율은 보험회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지역지사에서 1차 인수심의를 할 때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그러니까 서울본사까지 올라갔겠죠. 그런데 본사에서 승낙이 안 된 거예요. 그런데 여기 법인산하에 주간보호센터나 단기보호센터는 영업책임배상보험에 가입이 됐거든요. 왜 보호작업장은 안된다는 겁니까? 이용인이 근로를 한다는 이유로 보험가입이 거부된 것 같아요.”

소장은 ‘장애인 차별’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며 “장애인 차별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20일 국가인권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보건복지부에 진정 및 민원을 넣었다”고 밝혔다.

“최근 인권위나 금감원에서 장애인 차별이라고 시정권고나 개선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이렇게 롯데손해보험처럼 큰 기업에서 보험가입 거부를 하는 것은 말이 안되죠.”

이에 대해 롯데손해보험 관계자는 “장애인복지시설 뿐만 아니라 다른 시설도 손해율 및 사고율이 높거나 시설 환경이 미비하다고 판단되면 인수(가입)되기 어려운 편이지만 A보호작업장의 경우 장애인복지시설이라는 이유로 인수심의가 불가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환경적인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또한 “A보호작업장 같은 경우 장애인복지관처럼 장애인복지시설을 위해 만들어진 건물이 아니라 일반건물에서 보호작업장으로 변경해 사용하고 있어, 일반시설보다 위험율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관리인(시설 책임자)이 2명으로 파악이 됐는데, 상식선에서 현 이용인이 많아 3명은 돼야 한다고 본다. 관리인원이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인수(접수)가 안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장의 주장대로 ‘장애인복지시설’이라는 이유로 보험가입이 안된 것이라면 장애인차별에 해당될까?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차별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염 변호사는 “A보호작업장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에 의해 (장애인복지시설이라는 이유로) 가입이 안 된 것이라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 제17조에 근거해 장애인차별에 소지가 있다고 보여진다”며 “(실제적으로)차별판단을 받기 위해서는 인권위나 금감원 등을 통해 진정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장차법 제17조에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제공자는 금전대출, 신용카드 발급,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