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고용' 당당히 요구할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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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은영
조회 7,206회
작성일 03-06-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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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출신의 장애3급 노동자 김석기(25·가명)씨는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의 월급여는 60만원이다.
서울에 있는 4년제 정규대학을 나온 그는 졸업후 꼬박 1년 동안 취업에 매달렸지만 결국 현재의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김씨는 계속 취업에 실패하자 한때 생산직에도 도전해보았지만 대학졸업장이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씨는 현재의 직장을 얻기까지도 천신만고를 겪어야했다. 대학시절 남부럽지않은 직장에서 일해보겠다던 김씨의 꿈은 현실의 벽 앞에서 이처럼 빛이 바래고 말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략 64만여명의 장애인 경제활동인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들의 노동현실은 한마디로 암담하다. 200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국 장애인 취업실태조사에서 장애인 실업률은 28.4%로 나왔다.
이는 전체 실업률 4.8%에 비해 6배 가량 높은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력서를 내고 떨어지는 일을 반복하다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이른바 ‘실망실업’ 장애인 등까지 포함하면 장애인 10명 중 6~7명 정도가 실제로 실업상태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장애인이 취업의 관문을 어렵사리 통과했다해도 역시 차별의 벽은 높기만 하다. 200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서는 고용된 장애인노동자의 29.9%가 단순노무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노동자 중 단순노무직 비율 11.2%에 비해 18.7% 포인트가 많은 것이다. 2000년 12월 현재 장애인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79만2천원으로 전체 노동자의 139만3천원의 57%에 불과했다.
이처럼 열악한 장애인 노동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장애인 노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현재 실시중인 장애인의무고용 제도와 같은 장치가 단순히 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 국가와 기업이 배려하는 고용제도가 아니라, 장애인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보상이자 장애인이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해석돼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의 내실화도 시급한 과제다. 우선 300인 이상의 민간기업에서 전체 노동자의 2%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외국 수준으로까지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무고용률을 현행 2%에서 5%까지 높이고 적용업체를 100인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또 의무고용률 미만으로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공공기관과 기업체가 자격을 갖춘 장애인 고용을 거부할 경우, 고용을 강제할 수 있는 고용명령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취업된 장애인에 대한 임금체불, 일방적 해고, 비인격적 대우, 인사상 불이익 등 사업장에서의 차별근절 대책도 절실하다. 이를 위해 현행 법에 이에 대한 벌칙규정을 신설하고, 장애인 노동상담소를 광역시도에 우선 설치해 사업장에서의 장애인 차별에 대한 상담과 시정권고 등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터 엄태근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의 노동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의무고용을 확대하고 노동현장에서의 차별을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장애인 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끝>
한겨레 신문 - 2003년 2월 17일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서울에 있는 4년제 정규대학을 나온 그는 졸업후 꼬박 1년 동안 취업에 매달렸지만 결국 현재의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김씨는 계속 취업에 실패하자 한때 생산직에도 도전해보았지만 대학졸업장이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씨는 현재의 직장을 얻기까지도 천신만고를 겪어야했다. 대학시절 남부럽지않은 직장에서 일해보겠다던 김씨의 꿈은 현실의 벽 앞에서 이처럼 빛이 바래고 말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략 64만여명의 장애인 경제활동인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들의 노동현실은 한마디로 암담하다. 200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국 장애인 취업실태조사에서 장애인 실업률은 28.4%로 나왔다.
이는 전체 실업률 4.8%에 비해 6배 가량 높은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력서를 내고 떨어지는 일을 반복하다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이른바 ‘실망실업’ 장애인 등까지 포함하면 장애인 10명 중 6~7명 정도가 실제로 실업상태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장애인이 취업의 관문을 어렵사리 통과했다해도 역시 차별의 벽은 높기만 하다. 200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서는 고용된 장애인노동자의 29.9%가 단순노무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노동자 중 단순노무직 비율 11.2%에 비해 18.7% 포인트가 많은 것이다. 2000년 12월 현재 장애인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79만2천원으로 전체 노동자의 139만3천원의 57%에 불과했다.
이처럼 열악한 장애인 노동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장애인 노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현재 실시중인 장애인의무고용 제도와 같은 장치가 단순히 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 국가와 기업이 배려하는 고용제도가 아니라, 장애인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보상이자 장애인이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해석돼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의 내실화도 시급한 과제다. 우선 300인 이상의 민간기업에서 전체 노동자의 2%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외국 수준으로까지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무고용률을 현행 2%에서 5%까지 높이고 적용업체를 100인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또 의무고용률 미만으로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공공기관과 기업체가 자격을 갖춘 장애인 고용을 거부할 경우, 고용을 강제할 수 있는 고용명령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취업된 장애인에 대한 임금체불, 일방적 해고, 비인격적 대우, 인사상 불이익 등 사업장에서의 차별근절 대책도 절실하다. 이를 위해 현행 법에 이에 대한 벌칙규정을 신설하고, 장애인 노동상담소를 광역시도에 우선 설치해 사업장에서의 장애인 차별에 대한 상담과 시정권고 등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터 엄태근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의 노동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의무고용을 확대하고 노동현장에서의 차별을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장애인 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끝>
한겨레 신문 - 2003년 2월 17일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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